권 대표와 검찰의 진실게임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쪽은 어디일까. 정답은 '검찰'이다.
현재 인터폴 홈페이지에서 한국이 수배를 요청한 피의자의 정보는 한 건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경찰이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정보 게재를 중단해 표출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권 대표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것은 사실이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인터폴 홈페이지 적색수배자 명단에서 한국이 수배를 요청한 피의자의 신상정보는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해외로 도주한 피의자에 대해 경찰은 현지 사법당국과의 공조 수사를 위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한다. 적색수배는 해외도피 사범 중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나 조직폭력배 간부급, 5억 이상 경제사범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인터폴 홈페이지에서 한국이 적색 수배를 요청한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경찰이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정보 게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 "자수를 했는데도 개인정보가 공개돼 모멸감을 느꼈다"는 한 수배자의 진정을 받아 경찰에 수배자 정보 공개 제도 수정을 권고했다. 이에 경찰은 관련 훈령을 개정해 적색수배자의 정보를 게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 홈페이지에 캡처 방지 기능이 없어 수배자 사진이 복제·유포될 가능성이 높아 인권 침해 우려가 크다고 봤다. 관련 훈령을 수정해 (적색수배자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세계적으로도 적색수배자 공개 비율은 2~3%에 그칠 정도로 낮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적색 수배령이 내려진 권도형 대표의 정보가 인터폴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현재 인터폴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배자 명단 중 한국 국적의 수배자는 인도 정부가 요청한 한국인 용의자 단 한 명이다. 해외 사법기관이 정보 공개를 요청할 경우 국적이 다르더라도 홈페이지에 이를 게재할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 제도가 피의자 인권 보호에 치우쳐 있다며 공개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해외에 적극적 공조 요청을 위해 적색 수배령을 내린 뒤 홈페이지 상에서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라며 "피의자에 대한 인권 보장이 과잉된 측면이 있고, 인도·미국 등 해외에서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국제적 추세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상정보가 공개될 경우 피의자들의 추가 도주 우려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색 수배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소재 파악"이라며 "범죄 혐의가 있다고 해서 신상 정보 등을 게재할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날뿐더러 도피한 피의자의 추가 도망 여지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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