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MF는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높아진 물가상승 압박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서 무차별적인 대규모 재정정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반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영국 정부가 감세와 공급개혁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에너지 가격 충격을 받아야 하는 개인과 기업"을 지원하려는 의도는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소득자를 포함한 무차별적인 감세는 "불평등을 더 조장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IMF는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11월 23일 예산에서 "좀 더 선별적 지원방안을 내놓고 세금조치를 재평가할 것"을 요청했다.
이달 새로 취임한 트러스 영국 총리는 새 정부를 꾸리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450억파운드(약 68조9445억원) 규모의 감세정책을 고안했다. 콰텡은 지난 23일 발표에서 소득세 기본세율과 최고세율을 낮추겠다며 197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감세정책을 공개했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1·4분기 0.8%에서 2·4분기에 -0.1%로 떨어졌으며 반면 물가 수준은 계속 올라갔다. 영국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9.9%였다. 영국중앙은행은 22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0.5%p 올린 2.25%로 조정했고, 물가상승률이 10월 이후 올해 안에 13% 이상으로 정점을 찍는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영국이 4·4분기부터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영국의 새 정부가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침체를 극복하려 하지만 정부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영국 파운드 가치는 감세정책 발표 직후에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으로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25일 미국 야후 파이낸스를 통해 "영국 파운드가 37년래 최저를 기록하는 등 영국의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며 "영국이 결국은 IMF (구제금융) 신세를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역시 영국의 행보를 걱정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영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진행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영국 모두 심각한 물가상승 문제가 있으며 중앙은행들이 물가 수준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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