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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부실"…연일 두들겨 맞는 英·美 재정·통화정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30 05:00

수정 2022.09.30 05:00

서방의 대표적인 주요 국가인 영국과 미국의 재정 또는 통화정책이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잇따라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의 감세정책은 '불확실성을 높였다'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미 연준 통화긴축은 '역대급 실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출범한 리즈 트러스 영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450억파운드(약 68조9500억원) 규모의 감세정책을 마련했다. 지난 197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감세로 소득세 기본세율과 최고세율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성장 촉진과 개인과 기업을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으로부터 덜어주기 위한 감세안을 내놨다.
영국 정부는 당초 법인세를 인상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세율 19%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당초보다 1년 앞당긴 내년 4월부터 소득세율을 19%로 인하하기로 했다.

영국은 올해 들어 경제성장률이 후퇴하고 소비자 물가는 지난 7월 전년 동기비 두 자리가 오르는 등 고전하고 있으며 올 마지막 분기에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0% 떨어졌다.

英 감세안, 물가 촉진·불평등 심화·파운드화 급락 우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총리관저인 10다우닝가를 나서고 있다. /로이터뉴스1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총리관저인 10다우닝가를 나서고 있다. /로이터뉴스1
영국 감세안 공개 후 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26일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운드화가 출렁거리고 있다며 감세안이 “불확실성을 높였다”라고 우려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한 연설에서 외부 충격이 더해질 경우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득이나 미국도 높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 충격이 더해지면 상황이 통제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낸 것이다.

2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 재무부가 제시한 감세안이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정부의 재정을 위태롭게 할 것이며 불평등만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IMF는 성명에서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높아진 물가상승 압박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서 무차별적인 대규모 재정정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반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어츠의 창업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달리오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영국 정부의 세금 감면이 부채를 늘리고 파운드 가치를 추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리오는 부채의 급격한 증가와 해외에서의 파운드 수요 감소는 참사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며 영국 정부가 선진국이 아닌 신흥경제국처럼 돌아가는 등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영국의 예산안이 경제 성장 촉진과 고유가에 따른 문제들을 해소시킨다는 취지와 달리 물가상승을 더 촉진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번 지출안으로 물가상승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리 인상 촉구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에 최대 6%까지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포커츠-랜더우는 금리 인상 요구로 인해 앞으로 영국 경제가 3~4개 분기에 걸쳐 심각한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며 “재정 안정을 위해 치러야할 대가”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트러스 정부의 예산안을 볼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영국의 부채 비율이 1962년 이후 가장 큰 101%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美연준, 인플레 오판으로 뒤늦은 금리인상 "역대급 실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올해 들어 총 5회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 21일 6월과 7월에 이어 또다시 금리를 ‘자이언트 스텝’인 0.75%p 인상했으며 제롬 파월은 계속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최근 가장 언론에 자주 등장해 연준을 비판하는 경제전문가는 알리안츠 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안이다.

그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역대급 실수”를 저질러 투자자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엘에리안은 지난해 미국에서 물가가 오르는데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지난 3월까지도 채권을 매입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늦게 대처에 나서면서 견고했던 미국 경제까지 피해를 입히는 또다른 정책 실수를 저지를까 우려했다.

엘에리안은 연준이 신뢰를 대부분 상실한 상태라며 미국이 중대한 경제적 고통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이 올해 물가를 잡지 못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통화긴축 속에 미 경제가 침체를 피하지 못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레미 시글 미 펜실베이니아대 훠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국민들에게 연준의 부실한 정책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연준이 너무 공격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처해 이 과정에서 미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고 깊은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이 역대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직접 원인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스티브 핸키 미 존스홉킨스대 응용경제학 교수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20년초부터 유례없는 규모의 돈을 푼 연준 탓이라며 앞으로 12개월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80%로 통화긴축으로 발생할 마이너스 성장 타격이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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