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도시 일상을 만드는 미술
매일 반복해 스치는 조각작품들
도시의 표정이자 시민의 목소리
매일 반복해 스치는 조각작품들
도시의 표정이자 시민의 목소리
우리나라는 서구 다른 나라와 견주어도 꽤 이른 시기인 1972년 도시환경 개선과 문화예술진흥을 목적으로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 조항을 문화예술법에 만들면서 도시에 미술작품을 제작 설치해왔다. 이후 여러 차례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지금까지 도심 곳곳에 미술작품이 설치되고 있다. 대형 고층 건물이 늘어가는 만큼 도시에는 미술작품들이 늘어간다. 이제 도시는 미술관처럼 거리에서 많은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시민들은 일상에서 친숙하게 미술작품들을 마주한다.
우리나라 공공미술을 이끌어낸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축물 미술작품이지만, 미술계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이는 사회가 발전하고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도심 속 미술작품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그만큼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초창기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방편 정도로 여겨졌던 건축물 미술작품은 이제 공공미술 작품으로서 다양한 공공성을 발현할 것을 요청받게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도심 속 자연을 찾게 되면서 도시 일상에서 미술작품의 역할 또한 커졌다.
이런 변화는 시민들이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일상에서 다양한 미술작품을 만나고 예술 향유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도시 속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모색하게 했다. 작가들은 어떻게 도시적 맥락과 시민들과의 관계성을 미술 작품에 반영할지 적극적으로 고민하며, 작품이 놓일 장소의 지형, 역사, 사람들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그 장소에서만 그 의미와 작품성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을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심 속 공공미술들은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먼저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한다. 도시의 이미지는 자연과 함께 예술작품이 만들어낸 풍경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장기 도시 속 미술작품이 만들어졌던 이유이며, 우리는 도시와 함께 그 도시를 상징하는 미술작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요즘은 여기에서 나아가서 도시의 표정을 만든다. 이는 작품을 향유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성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이전에는 작품을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보게 했다면, 이젠 관람자와의 보다 적극적인 접촉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작가들은 작품이 놓일 장소에 거주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층위에서의 만남을 작품에 반영한다. 작품은 관람에서 나아가 시민들의 목소리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도시에서 만나는 미술작품은 도시에 색을 입히고 시민들과 밀접하게 관계성을 가짐으로써 좀 더 나은 도시 일상을 만들어가게 하고, 이러한 작품들은 도시의 표정과 이미지를 만들고 그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
이제 길을 걸을 때 주변을 살펴보며 도심 곳곳에 숨어서 도시에 숨을 넣어주는 미술작품을 찾아보고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란다.
박수진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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