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대출자 '비명'에도.. 한은 '빅스텝' 밟을 수밖에 없는 이유 있다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5 05:00

수정 2022.10.05 04:59

12일 금통위 0.5%p 금리 인상에 무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또 한번 빅스텝(한번에 0.50%p 금리인상)을 밟을지 주목된다. 미국을 비롯해 국내외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잇단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p 금리 인상)에 한·미 금리 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0.25%p씩 점진적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했던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①인플레와의 전쟁 시장 예상치 웃도는 美물가지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2.5%로 이달 금통위에서 0.50%p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7월 금통위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다시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며 물가 안정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8.3% 상승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웃돈 것으로 인플레 우려는 다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세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8월 통계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5.7%로 여전히 5%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5일에는 9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다. 한은은 물가 정점을 10월로 예상하지만 정점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데는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현재 5~6% 물가가 오래간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물가 정점은 10월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정점은 변동성이 있으며 정점에서 내려오는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말했다.

②한·미 금리역전 한은 0.25%p 올리면 미국과 1%p 벌어져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도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p 올리며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오는 11월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약 0.75%p 벌어졌다. 이달 한은이 빅스텝을 한다고 해도 한미 금리역전은 0.25%p로 여전하다. 과거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한 시기 최대 금리차는 1.5%p였다. 당시 자본유출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게 한은 설명이지만 한미 금리역전에 대한 부담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도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1%p 가까이 벌어졌는데 한국이 계속 0.25%p씩 인상하면 금리 차가 1%p 이상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은은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미리 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③ 원화가치 추락 1400원대 환율 한국경제에 큰 부담
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7원 내린 1,426.5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7원 내린 1,426.5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하회하면서 안정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민경원·신승연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은 위험선호 회복, 강달러 부담 완화 등 대외 호재를 반영해 1430원 하향 이탈이 예상된다"며 "시장은 미국 제조업 PMI가 예상을 한참 밑돌자 경기 둔화 신호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시도 지난주 금요일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되겠으며, 커스터디 매도로 이어져 환율 하락에 일조할 수 있다"며 "또한 강달러 부담 완화에 따른 역외 롱스탑, 분기말 매도 의사결정을 이연한 수출업체 물량도 오늘 장중 하락 압력 우위를 견인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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