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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 '10년 역사'의 전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1 09:00

수정 2022.10.01 09:00

1심 판결서 13년 징역.. 동생은 10년 선고
우리은행에서 6년 동안 614억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 A씨가 지난 5월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우리은행에서 6년 동안 614억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직원 A씨가 지난 5월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역사적인 규모의 횡령 사건을 일으킨 우리은행 직원 형제에 대한 1심 판결이 지난 9월 30일 내려졌다. 우리은행 직원 A씨는 징역 13년을, 동생은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추징금은 323억800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들은 지난 2012년부터 10여년에 걸쳐 7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리고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 개인적인 투자에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은행에서 700억원 빼돌려...간 큰 형제

세상에 드러난 A씨의 첫번째 횡령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총 614억원을 횡령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 불발과 관련해 다야니 가문이 제기했던 국제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하면서 이란에 물어줘야 하는 배상금 중 일부였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배상금을 송금할 수 없게 되자 매각 주관사인 우리은행이 보관했던 금액이다.

A씨는 과감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2년과 2015년 각각 173억원과 148억원을 수표로 빼냈다. 2018년에는 293억원을 이체하고 계좌를 해지했다.

이 같은 범행은 지난 4월 A씨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1월 미국 재무부의 특별허가로 이란에 배상금을 송금할 수 있게 됐지만 금액이 비어버린 것을 은행 측이 뒤늦게 알게 되고서다.

특히 조잡한 범행 수법이 공분을 샀다. A씨는 직접 풀칠을 해 문서를 조작하고 외부기관에 파견을 간다고 허위보고해 13개월 동안 무단결근을 하기도 했다. 거액이 무색하게 이런 주먹구구식 수법은 오랜 기간 들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었다. A씨는 입사 직후부터 크고 작은 횡령과 문서 위조를 감행했다. 출자전환주식 23억원 상당을 무단 인출하고,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50억원 상당도 추가로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검찰은 총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A씨 형제를 기소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93억2000만원 상당 횡령 정황을 추가로 발견해 총 횡령액은 707억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징역 10여년 납득 어려워...옥신각신

A씨는 징역 13년을, 동생은 징역 10년을 살게 됐다. 추징금 323억8000만원도 함께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614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해 죄질이 무겁고, 회사 시스템 자체를 위협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 "은행과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횡령 규모 등에 비춰 엄중한 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형제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자수한 점과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은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판결을 진행했던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서는 재판부와 검찰의 입씨름 장면이 펼쳐졌다.

검찰은 93억2000만원 상당의 추가 횡령이 확인됐다며 기존에 공소 제기한 횡령 614억원을 707억원으로 늘려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범행 방법이 다르거나 특정돼 있지 않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A씨 형제 지인 24명에게 총 189억원의 뭉칫돈이 흘러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파악된 횡령액 707억원에서 A씨 형제가 투자 실패로 손해본 318억원을 제외하면 절반을 찾아낸 셈이다.


검찰은 "이대로 선고할 경우 항소심에서는 제3자가 증여받은 금원은 추징할 수 없어 피해액을 회복할 수 없게 된다"며 변론 재개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 역시 불허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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