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지난 4월 15일 밤 0시 34분께, 20대 여성이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원룸에서 맨발로 뛰쳐 나왔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이 여성은 근처 편의점으로 다급하게 뛰어 들어가 매장 점원에게 경찰 신고를 부탁했다. 곧이어 또다른 여성 A씨(28)가 뒤따라 편의점에 들어왔다. A씨의 손에는 가구 조립에 사용하는 고무망치와 흉기가 쥐여 있었다. A씨는 "죽여 버린다"고 소리지르며 피해 여성에게 고무망치와 흉기를 잇따라 휘둘렀다. 다행히 편의점에 있던 손님이 A씨를 제지하면서 피해 여성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밤중 편의점에서 20대 여성 사이에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이들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A씨는 지난해 7월, 친구의 소개로 피해 여성을 알게 됐다. 사이가 가까워지자 A씨는 지난 2월 동거를 제안했다. 둘은 A씨의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하지만 동거를 시작하자 마찰이 생겼다. 다툼이 잦아졌고 결국 2개월도 안돼 동거는 끝이 났다.
미련이 남은 A씨는 계속 연락을 했지만 상대가 회피했다. 4월 14일, 함께 술 한잔하자는 A씨의 제안을 상대가 받아들이면서 둘은 A씨 집 근처 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술자리는 A씨의 집으로 이어졌다. A씨는 그동안 다투었던 일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재차 동거를 제안했다. 상대의 생각은 달랐다. 친구는 각자의 삶을 살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하자 화가 난 A씨는 집안에 있던 가구 조립용 나무망치를 들어 집밖으로 나가려던 피해 여성의 머리를 내리쳤다. 머리에서 피가 났다. A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죽여 버린다"고 위협했다. 겁에 질린 피해 여성은 맨발로 집을 뛰쳐 나갔다. A씨는 한손에는 고무망치, 다른 손에는 흉기를 들고 뒤쫓았다. 비상계단을 통해 도망가던 피해 여성이 1층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다시 고무망치를 휘둘렀다.
피해 여성은 인근 편의점으로 도망갔고 편의점 손님이 A씨를 제지하면서 목숨을 구했다. 이 여성은 머리에 피가 나고 흉기에 찔렸지만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고 건강을 회복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고,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친구 사이가 피고인과 피해자가 됐다. 가슴 찢어지게 미안하다. 피해자에게 죽을 때까지 반성하고 사죄하며 살겠다"라며 울먹였다.
피해 여성도 A씨의 처벌을 원치 않았다. A씨는 재판부를 향해 입원치료를 받겠다며 변화를 약속했다.
검찰은 "범행 당시 행인 등의 제지가 없었으면 피해자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머리에서 다량의 출혈이 있었고 피해자가 달아나자 길고 뾰족한 흉기를 가지고 쫓아간 점은 충분히 살인의 가능성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제지가 없었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음주 후 입건된 전력이 수차례 있는 상태서 또다시 술을 마신 뒤 폭력성을 보인 점 등 죄질이 좋지 않다"라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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