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별로도 천차만별이다. 불교에서는 열반, 입적, 입멸, 멸도를 주로 쓴다. 유교에서는 역책, 결영, 불록 등으로 표현한다. 불록은 신분에 따른 죽음의 다섯 가지 등급 가운데 하나이다. 황제는 붕, 제후는 훙, 대부는 졸, 선비는 불록, 서인은 사라고 불렀다.
천주교에서는 일반적으로 선종이라 하는데, 착하게 살다 복되게 생을 마쳤다는 뜻이다. 개신교에서는 대개 소천이라는 신생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쓰는 '소천하셨다'는 오류라고 한다. 소천은 하늘을 부른다는 의미이므로 '소천을 받았다'라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명복이란 죽은 뒤 저승에서 복을 받도록 기원하는 불교 용어이다. 따라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인사말은 '고인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고인의 별세를 애도합니다' '고인의 영면을 추모합니다'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등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죽은 자가 살아생전 누린 나이를 향년이라고 하는데 나이의 높임말인 연세나 춘추와 혼동해 잘못 쓰는 사례도 왕왕 눈에 띈다.
최근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일본 아베 총리의 국장이 각각 개최됐다. 여왕의 국장은 조문외교의 규모나 전 세계인의 추모 열기로 미뤄 '세기의 국장'에 걸맞았다. 아베 국장은 대외적으로 주요 7개국(G7) 국가 수장이 모두 불참한 것은 물론 대내적으로도 국민 63%의 반대 여론과 극렬한 반대시위로 얼룩졌다. 96세로 천수를 다한 여왕과 달리 67세에 길거리에서 총격 사망한 아베의 죽음엔 어떤 별칭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까.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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