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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적립금 1조5000억 굴린 대학들, 10곳 중 6곳 손실 봤다 [대학들의 위험한 투자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4 05:00

수정 2022.10.04 16:03

<심층기획① 누구를 위한 투자인가>
교비회계 적립금 투자 42곳 중 25곳 손실
영남대는 손실 96.5%...원금 대부분 날려
국내 주요 대학들이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원금까지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대학교 교정. 기사와 관계 없음. /뉴스1
국내 주요 대학들이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원금까지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대학교 교정. 기사와 관계 없음. /뉴스1

[파이낸셜뉴스] 금융투자 상품 투자에 나섰던 국내 주요 대학들이 지난해 총 18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에 나선 대학 중 60%가 손실을 입었고 특히 일부 대학은 원금 대부분을 날린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시장이 비교적 활황이던 지난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을 고려할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내내 곤두박질 쳤던 올해 증시에선 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성이 요구되는 대학에서 전문성 없이 투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4%가 ‘원금 또는 마이너스 수익률’

2021년 교비회계 적립금 활용 투자 수익률 하위 대학
대학명 수익률
영남대 -96.5%
고려대 -67.1%
경남대 -64.5%
경동대 -53.0%
우송대 -14.6%
대구가톨릭대 -11.7%
대구대 -7.6%
한성대 -4.8%
선문대 -4.2%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교육부)

4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뢰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앞서 교비회계 적립금을 활용해 금융상품에 투자한 국내 42개 대학 중 2021회계연도 기준 수익률이 0%거나 마이너스(-)인 곳은 31곳(73.8%)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손실을 낸 곳만 25개(59.5%) 대학이었고, 6개 대학은 겨우 원금을 유지했다. 11곳(26.2%)만이 수익을 냈다.

전체 수익률은 -1.3%였다. 지난 2020년 회계연도 투자에 나섰던 대학 40개 중 22개(66.0%)가 수익을 기록했고 전체 수익률이 2.5%인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대학별로는 영남대학교가 96.5% 손실률을 가리키며 투자금 대부분을 잃었다. 다만 영남대 관계자는 “이는 2007년 8월에 투자한 채권형 펀드의 2021년 기준 평가액으로, 투자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67.1%), 경남대(-64.5%), 경동대(-53.0%), 우송대(-14.6%), 대구가톨릭대(-11.7%)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 상품별로 따져보면 지분증권(주식) 수익률이 2020년 62.2%에서 2021년 9.4%로 대폭 떨어졌다. 같은 기간 채무증권(채권)과 수익증권(펀드) 역시 0.4%에서 -1.4%로, 0.8%에서 -1.9%로 낙하했다.

그렇다고 배당 수익률이 양호한 것도 아니었다. 현금흐름을 창출해 주가 하락을 그나마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역시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대학법인(전문·원격 포함) 수익용 유가증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4개 법인의 2061개 투자(주식·채권) 건 중 불과 323건(15.7%)만이 배당수익률 3.0%를 넘어섰다.

대학이 투자하는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 2019년 1조3495억원이었던 전체 투자규모는 2020년 1조4301억원으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1조4642억원으로 늘었다. 대학별 투자규모는 이화여대가 300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홍익대(2902억원), 연세대(1773억원), 동덕여대(1045억원) 순이었다.

투자 전문성 없는 '기금운용심의회'

대학들이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자금은 기부금 등 교비회계 적립금에서 나간 것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 재산 취득·처분은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특히 보통재산에 해당하는 교비회계 적립금은 투자에 앞서 기금운용심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기금운용심의회 조직 구성원의 투명성·전문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통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예금 및 유가증권 투자운용의 경우도 기본재산의 투자 운용과 같이 안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교직원과 재학생, 동문 등 '친대학' 구성원들을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요건에 포함한 데다 선발 기준 및 절차는 공개돼 있지 않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꼽인다. 또 교육부 허가 없이도 보통재산 유가증권을 처분하게 돼 있어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연준 공격적 긴축.. 올 수익률, 더 추락할 듯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5.44p(0.71%) 하락한 2,155.49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5.44p(0.71%) 하락한 2,155.49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올해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는 점이다. 연준이 세 차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는 등 공격적 긴축을 단행하면서 유동성이 급히 회수된 영향이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9월말까지 코스피·코스닥지수는 각각 27.9%, 35.2% 곤두박질쳤다.

강득구 의원은 "현행법상 재단 이사장과 대학 총장이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을 전부 임명하기 때문에 기금운용 방향이 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객관적으로 금융상품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심의회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사립대 유가증권 투자를 허용한 것은 적립금을 쌓아두기보다 운용해 수익을 내고 그 자금을 학교에 기여토록 하기 위함"이라며 "대학들 자산운용 전담 인력이 부족한 만큼 연기금투자풀 등에 운용을 맡겨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나경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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