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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떨어진 엔화...日 기업들 "원자재·부품 수입 가격 급등, 엔저 효과 퇴색"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4 15:11

수정 2022.10.04 15:11

도요타 자동차, 日 최대 가구기업 니토리 등
기업들, 엔저에 따른 경영 어려움 호소 잇따라
너무 떨어진 엔화...日 기업들 "원자재·부품 수입 가격 급등, 엔저 효과 퇴색"

【도쿄=김경민 특파원】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45엔까지 하락한 가운데 일본 대기업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및 부품 수입 가격 급등에 따른 경쟁력 악화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일본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역사적인 엔화 약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날 발표된 9월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관)에서 대기업 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DI)가 3분기 연속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과거 엔화 약세는 일본경제의 훈풍이었으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이익 확산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DI는 체감경기가 '좋다'고 답한 기업 비율에서 '나쁨'이라고 답한 비율을 뺀 값을 의미한다. 9월의 대기업 제조업 DI는 플러스(+) 8로 6월 이전 조사보다 1포인트(p) 하락했다. 중소기업 제조업은 이전과 동일한 마이너스(-) 4를 기록했고, 비제조업 대기업은 1p 개선된 +14, 중소기업은 3p 개선된 +2를 각각 기록했다.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수출량 확대와 이익 개선을 가져오지만 상당수 기업에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원가 증가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대기업 제조업 구매가격평가 지수는 65로 6월 조사와 함께 1980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거의 줄지 않고 있다. 판매가격도 오르고 있지만 그 속도는 기업의 비용증가보다 현저히 늦다는 분석이다.

고바야시 슌스케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수지와 기업 외 가계 부문 등을 고려하면 이같은 엔화 약세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하향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도 점차 경영 환경에 엔저(엔화 약세)가 부담이라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아키오 도요타 사장도 "자재와 부품 수입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단점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가구 전문점 니토리 홀딩스의 다케다 마사노리 이사 역시 "엔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제품에 따라 10~20%의 가격 인상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당 144.82엔에 거래되고 있다. BOJ와 일본정부는 지난달 22일 1달러당 엔화 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5엔을 돌파하자 급격한 엔저를 방어하기 위해 약 3조엔어치의 엔화를 매수했다.
일본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은 24년 만이며 1일 매수 금액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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