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두자릿수 성장률을 자랑하던 중국 경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인 것은 미국과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상품 관세율 인상, 대중국 기업 제재 등으로 수출에 악재가 겹쳤고 환율은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 곡선에 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양적완화로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반면, 미국 달러 가치는 하락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중국은 유일하게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시 주석이 오는 2035년까지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을 두 배로 늘려 사실상 미국 경제를 뛰어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즈음이다.
그러나 다시 미국이 중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거침없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미·중 통화정책의 디커플링은 심화됐고, 경기 하방압력이 높아졌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달 28일 환율개혁(2015년) 이래 최고치인 7.2458위안(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위안화 약세는 통상 수출에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장 충격과 통화가치 훼손의 손실이 더 크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본유출 압력이 거세지고, 대외부채 상환 부담은 증가했다. 위안화 가치가 요동치면 위안화 국제화 추진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초강력 방역으로 믿고 있던 수출도 타격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20차 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가져오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당 지도부 신인도를 훼손할 수 있다. 경제정책 입안자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면피용' 경기부양 정책을 밀어붙이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2015년 1조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쏟아붓고도 환율방어에 실패한 바 있다. 경제치적과 방역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국은 제로코로나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좋든 싫든 중국의 경제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제와 정치 양쪽에서 이래저래 궁지에 몰린 중국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어떤 살길을 꺼내 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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