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안전판 '퇴직연금' 흔들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주변 동료들이 '퇴직연금만으로도 수십%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의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짰다. 원금의 절반 이상을 반도체 관련 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A씨는 -28%의 손실을 확인했다. 손절을 해야 할지, 계속 들고 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14% 퇴직연금 수익률 '노후 안전판' 흔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83개 퇴직연금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4.38%(6일 기준)에 달했다. 최근 한 달 동안의 수익률은 -3.11%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한 달 동안 2137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머니마켓펀드(MMF) 성격의 퇴직연금을 제외하고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퇴직연금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펀드'다. 총 1조2000억원 운용규모를 보유한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57%다.
두 번째로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은 운용규모 1조1180억원의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증권펀드'도 수익률 방어에 실패했다. 해당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43%를 가리키고 있다.
-70% 최악은 러시아에 투자한 펀드
최악의 수익률은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펀드'가 차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여파로 해당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0.49%를 가리켰다. 'KB러시아대표성장주펀드' 역시 -52.35%로 처참한 수준이다.
이어 'KB정통중국4차산업펀드'(-43.20%),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펀드'(-41.11%), '미래에셋G20이노베이터펀드'(-38.42%), '우리중소형고배당펀드'(-38.63%) 순으로 큰 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깃데이트로 해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한다는 자산배분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도 손실률이 높았다.
'삼성한국형TDF2040'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1.92%, '키움키워드림TDF2050'은 -19.53%, 'BNK든든한TDF2045'은 -19.02%, 'KB온국민TDF2050'은 -18.80%, '한국투자TDF알아서2030'은 -16.01%로 수익률 방어는 낙제점 수준이다.
문제는 "지금이 바닥 아니다".. 경기침체 초입
문제는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이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시장에선 이제 경기침체 초입에 서 있어 국내외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시장에 경기 둔화 징후들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고용 전망이 약화된 가운데 구인건수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가 하반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순환 사이클상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했고, 고물가와 미국의 통화긴축 등이 실물 경제에도 파급되는 경로"라고 설명했다.
한국증시의 경우 바닥에 거의 다 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과 대만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신흥국과 아시아·태평양 주식시장에서 1995년 이후 가장 긴 베어마켓(약세장)이 진행되고 있다"며 "새로운 사이클에서의 가장 좋은 기회는 아시아 주식시장에서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 시장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상 최악의 시기는 올해 4·4분기, 늦어도 내년 1·4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변곡점을 맞기 전에 주가가 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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