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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유출해도 고작 6%만 징역…"적극적 양형기준 제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7 14:30

수정 2022.10.07 14:30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파이낸셜뉴스] 최근 5년간 1심 재판에서 산업기술 유출로 유기징역(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전체 6%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기술 유출을 두고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이 법정형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제안보와 관계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양형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기반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검토한 결과 △집행유예(39.5%) △무죄(34.6%) △재산형(8.6%) △유기형(6.2%) 순으로 판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1심 재판에서 유기징역(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총 5건에 불과했다.
산업기술 유출사건의 무죄 선고 비율은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0%)보다 11.5배 이상 높았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술 유출에 대한 법의 처벌 규정 수위는 주요국과 비교해 낮지 않으나,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법정형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2019년 8월 개정을 통해 벌칙 규정의 법정형을 상향했다.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5억원 이하의 벌금 병과가 신설됐고, 국가 핵심기술 외의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목적으로 침해한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기술의 국내 유출은 기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실제 판결을 내릴 때에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침해행위’를 적용해 판결하고 있다. 해외로 기술 유출을 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제2유형으로 기본 1년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제시하며, 가중 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이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해외 유출 처벌 규정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강화된 법률 개정 내용이 실제 법원의 판결에 반영되려면 경제안보와 관계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양형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핵심기술 등은 유출 시, 일반적인 영업비밀과는 달리 국가 경제 전체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범죄 군으로 분리해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산업기술보호법과 방위산업기술보호법상의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산정기준을 만들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기술유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산업기술보호법 제정 이후 2015년까지 국무총리 산하에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뒀다. 하지만 2015년 1월 법 개정으로 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 관련 다른 부처와 조율하는 기능이 약화됐다.

기술유출과 침해에 따른 피해액 산정을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설치해 법원의 양형기준과 배상액의 합리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술유출 사건은 개발 중이거나 시장에 출시 직전인 제품과 관련된 기술들이 많아 피해액을 산정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서 기술의 내용과 가치를 평가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피해액 산정과 양형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술유출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과 위법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기술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와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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