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피 와이너리 롯데백화점 43주년 기념와인 행사
[파이낸셜뉴스] '토스카나의 그랑크뤼'로 불리는 이탈리아 카스텔로 반피(Castello Banfi)는 늘 시대를 앞서가는 변화를 통해 놀라움을 주는 와인이다. 반피는 미국에서 이탈리아 와인을 수입하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존 F 마리아니(John F Mariani)가 1978년 토스카나 몬탈치노에서 창립한 와이너리로 전세계 1위 브루넬로 디 몬탈치 와인 생산자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산학 협력을 통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 성과를 이웃들과 공유해 현대적인 브루넬로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산지오베제 클론 45개 중 6개가 반피가 개발한 클론이다.
특히 200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호라이즌 시스템(Horizon System)은 반피의 혁신 DNA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반피는 발효를 진행할 때 가운뎃 부분은 오크로, 양쪽 끝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독특한 하이브리드 오크 탱크를 사용한다. 오크를 통해 기존의 방식처럼 와인의 아로마에 복합미를 주고,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와인의 위생 관리와 온도 조절 등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도 개발 5년 후 다른 생산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카스텔로 반피가 이런 혁신을 적용해 만들어내는 반피 와인을 들고 지난달 26일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날 선보인 와인은 '반피 프린시페사 가비아(Banfi Principessa Gavia)', '반피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6(Banfi Chianti Classico Reserva 2016)', '반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6(Banfi Brunello di Montalcino 2016)', '반피 비냐 마루케토 2017(Banfi Vigna Marrucheto 2017)'이다.
반피 와인 아시아 담당 매니저 파올로 파시나(Paolo Fassina)는 "이탈리아 와인은 이탈리아 음식외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이 바로 한국 음식"이라며 "오늘 한식과 모든 와인을 매치하는 게 처음인데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6, 끼안띠의 정석같은 와인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몬탈치노에서 발효, 숙성하는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이다. 계약재배를 통해 재배한 포도를 60km 떨어진 몬탈치노 지역 와이너리로 이동시켜 양조를 한다. 포도가 눌리지 않게 서늘한 밤에 수확해 아주 작은 트럭에 별도의 장치를 이용해 운반한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와인에 카나이올로(Canaiolo)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블렌딩 됐다. 잔에 따라보면 전형적인 끼안띠의 아주 맑고 경쾌한 루비색을 보인다. 잔을 가까이 하면 제일 먼저 반기는 향은 감칠맛 향. 끼안띠 와인에서 늘 공통적으로 나는 향이다. 또 블랙과 레드 계열의 아로마도 느껴진다. 입에 넣어보면 입에 짝붙는 끼안띠 특유의 감칠맛이 먼저 다가온다. 이어 기분 좋은 중상 정도의 산도가 혀의 미각을 일으켜 세운다. 질감은 미디엄 정도로 가벼우며 타닌도 아주 얇게 존재 정도만 드러낸다. 입속에서 사라질때쯤 산도는 더 올라간다. 모든 음식과 잘 맞는 관용성과 맛있는 와인의 조건을 다 갖췄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6, 입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시그니처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와인으로 반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와인이다. 호라이즌 시스템으로 1차 양조 후 최소 4년간 후 숙성을 통해 만든다. 끼안띠 클라시코보다 훨씬 진한 루비빛을 띤다. 검은 빛에 가까울 정도다. 잔에서는 흙 냄새와 감칠맛 향, 약간의 단 향이 섞여 올라온다. 입에 흘려보면 일단 아주 기분좋은 산도가 먼저 느껴지는데 계속 치고 올라간다. 아로마는 검은색과 붉은색 과실이 섞인 느낌이다. 질감은 색깔과 달리 미디엄 바디 정도로 무겁지 않다. 타닌도 아주 부드럽다. 그러나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진 후에 타닌이 점점 두꺼워진다. 우아한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 좋은 와인이다.
■비냐 마루케토 2017, 살집 좋은 풀바디에 끝없이 치솟는 산도 매력적
반피의 최고급 아이콘 와인이다. 해발 180m의 정남향 포도밭 10ha에서 재배된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다. 하이브리드 탱크에서 양조 후 프랑스 오크 캐스크에서 30개월 숙성한다. 짙은 루비빛 와인으로 잔을 가까이 하면 신선한 삼나무 향이 제일 먼저 반긴다. 커피, 초콜릿 향도 살짝 스쳐간다. 입에 흘려보면 검은 계열 아로마가 주를 이루는데 아주 쿰쿰한 향이다. 야생 효모를 사용한듯 독특한 향을 풍기는데 그 중에서 좋은 것만 골라낸듯 굉장히 정제된 맛과 향을 보여준다. 턱 양끝 침샘을 자극할 정도로 산도가 훌륭하다. 살집이 상당히 좋은 풀바디의 질감을 보여준다. 타닌도 두껍게 들어와 자리잡은 후 입속에서 와인이 사라지면 제 모습을 확실히 드러낸다. 피니시는 적어도 세숨까지 이어진다. 파올로 파시나는 "비냐 마루케또 와인을 마주할때는 누구나 옷을 잠그고 경건한 마음으로 맞을 정도로 굉장히 훌륭한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반피 프린시페사 가비아 2020, 스토리도 매력적이네
프린시페사 가비아는 6세기 프랑크 왕국의 공주 가비아가 근위병과 사랑에 빠져 도피했던 스토리를 담은 와인으로 코르테제(Cortese)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레몬 껍질 안쪽같은 색깔을 띠며 적당한 기포도 함유하고 있다. 청사과 등 가벼운 과일 향에 흰꽃 향이 좋아 정말 가볍게 마시기 딱이다. 산도는 중간 정도, 질감도 가볍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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