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현재는 집값이 지나치게 높아 상당 기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서울의 PIR이 19였다"며 "10에서 12로 떨어져야 한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이는 원 장관이 언론 인터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꾸준히 언급한 수치인데요.
그런데 PIR이 정확히 무엇일까요. 무슨 지표길래 주무부처의 장관이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걸까요. 오늘은 '1타강사'의 집값 계산법인 PIR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먼저 PIR의 정의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주택 가격을 가구당 연 소득으로 나눈 지수를 뜻하는데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얼마나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집값 상승이나 하락세를 가늠할 때 소득 수준의 변화를 함께 고려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의 가구당 연 평균 소득을 5000만원으로, 주택가격 시세는 10억원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5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20년을 꼬박 일해야 10억원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PIR은 20이 됩니다. 원 장관이 말한 PIR 19가 어떤 의미인지 체감이 되실겁니다.
실제 PIR이 어떤지도 살펴봐야겠지요. 정부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PIR은 3분위 소득과 3분위 평균 주택가격 기준으로 12.4로 나옵니다. 3분위는 소득 상위 41~60%인 해당하는 가구로 서울 중산층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민간 지표인 KB부동산은 올해 2분기 서울의 가구당 연 평균 소득을 5910만원, 주택가격을 8억7500만원으로 집계했습니다. PIR이 14.8로 소득 대비 14.8배의 집을 구매했다는 의미입니다. KB부동산은 대출거래정보를 기반으로 이를 계산했습니다.
이렇게만 비교하면 공공과 민간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원 장관이 말한 지난해 서울의 PIR 19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KB부동산은 지난해 12월 3분위 기준 서울의 PIR을 19.0으로 공표했습니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7.6으로 다소 떨어졌는데요. 계속된 금리인상과 거래절벽 등의 여파로 풀이됩니다.
특정 기간과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 가까이 돈을 벌어야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 원 장관의 말처럼 PIR이 19에서 12로 떨어지려면 집값이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걸까요. 단순하게 계산하면 KB부동산의 2분기 연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11억2290만원에서 7억920만원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특히 원 장관은 "소득대비 집값 부담이 커지면 집값 외에 다른 생활 포기한다"며 "모두가 불행해지는 결과가 예측돼 애도 안낳고 결혼도 안하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PIR은 말그대로 소득을 하나도 안 썼을 때를 가정하기 때문에 국민의 체감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여전합니다. 또 통계가 조사기관이나 조사방법 등에 따라 PIR의 차이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여러 지표가 공통적으로 내 집 마련에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한 점은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일 지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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