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정처 '2023년 및 중기 경제전망' 발표
주요국 통화 긴축 영향 본격화로 성장 둔화
미국 달러 강세·중국 경기 둔화 위험 요인
2022~2026년 잠재성장률 2.2%…0.3%p↓
내년 물가 3.3% 상승…임금 상승·환율 변수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무는 등 올해보다 암울할 거라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주요국들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통상 여건의 변화 등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미국 '킹달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우리 수출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3년 및 중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우리 경제는 2.1%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 2.5%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앞서 국내외 경제기관들도 내년 경제를 어둡게 바라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2.6%에서 0.3%p 낮춘 2.3%로 점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2.1%를 제시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내린 곳도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내년 경제 성장률은 기존 2.5%에서 1.9%로 대폭 낮췄다.
예정처는 "올해는 우리 경제가 2.5% 성장하겠으나 내년에는 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이라며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소 안정되겠지만, 통화 긴축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성장률과 교역량 증가율이 모두 올해보다 밑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9%로 올해(3.0%)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교역량도 올해 4.1%에서 내년 3.8%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주요국의 긴축적 재정정책 등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둔화하면서 대외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경제마저 쪼그라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경제 둔화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
즉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의 해외 자본유출이 확대되고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민간 소비와 비(非)제조업,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감소시키고 한계기업(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비중을 높이는 등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도 국내 경제 성장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제로코로나 봉쇄 조치 여파로 생산과 소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중국의 올해 2분기 경제는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향후 중국 경제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중국의 수입 수요가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쪼그라들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 2분기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는 국내 석유화학, 일반기계, 철강,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희토류 등 원자재의 공급 차질로 가격이 기존에 비해 1.7~2배 상승하거나 일부 부품 수입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현지 진출 기업의 완성차 판매 부진과 함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생산마저 지연되기도 했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잠재성장률도 예상 경로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처는 2022~2026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2.2%로 2017~2021년 2.5%보다 0.3%p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지난 2007년에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5% 수준이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0년 3.7%로 하락했다. 이후 투자가 위축되고 노동 공급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2013년 이후 2%대에 머무는 상황이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소비 회복세 둔화, 국제원자재 수급 안정화 등으로 올해(5.2%)보다 상승 폭이 축소된 3.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2~2026년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1% 상승하며 지난 5년(1.4%)보다 상승 폭이 확대된다.
원·달러 환율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은 소비자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물가 상승 기대 확산에 따른 임금 상승 압력,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이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는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해 "고강도 금융 긴축의 영향으로 선진국 경기 둔화 전망도 많아지고 중국이 저성장에서 내년 얼마나 회복될지도 중요 변수로 보인다"면서 "올해보다는 내년에 우리 경제가 더 둔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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