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진핑 대관식 위해… 경제부진 덮고 통제 강화하는 中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9 17:28

수정 2022.10.09 17:43

16일 20차 당 대회…3연임 사실상 확정
경제 자화자찬속 통화가치 추락
경기부양 성과위해 슬그머니 국채 발행
뒤늦게 부동산 규제 풀었지만 효과없어
美의 견제는 갈수록 심화
AI·슈퍼컴퓨터 등 핵심장비 수출 제한
사실상 첨단 반도체 개발 틀어막은 셈
제로코로나 정책도 공염불
현지 통계 "전염병 확산 범위 늘었다"
경찰들은 총까지 꺼내들며 관광객 통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6일 개막하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재선출돼 집권 3기를 열 것이 확실시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축하 퍼레이드 모습. 시 주석의 거대한 초상화를 실은 수레가 행사장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6일 개막하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재선출돼 집권 3기를 열 것이 확실시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축하 퍼레이드 모습. 시 주석의 거대한 초상화를 실은 수레가 행사장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
시진핑 대관식 위해… 경제부진 덮고 통제 강화하는 中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정책이 오는 16일 방향이 정해진다.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지도부를 결정하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최대 정치행사인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이날 개막한다. 이변이 없는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은 확정된 것으로 중국 안팎에선 보고 있다. 일부는 앞으로 향후 10년 집권의 기틀까지 마련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른바 화려한 '대관식'이 될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3연임의 필수 요건인 경제, 방역, 외교는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무관용 봉쇄, 폭염·가뭄, 전력난, 홍수, 부동산 침체, 소비 위축, 위안화 가치 하락과 수출 저조 등 다중 악재가 휘몰아치고 있다. 또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갈수록 숨통을 죄여오고 대만 문제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화약고가 됐다. 전통적 우방국 러시아와 관계도 삐걱거린다.

그런데도 중국은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으면서 여전히 그간 행보를 찬양하고 있다. 경제는 누적치 통계로 눈을 가리고 방역도 자화자찬 일색이다. 과연 중국의 주장대로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을까.

■슬그머니 국채 풀어 경기 대응

중국 안팎에서 경제 둔화 우려가 나올 때마다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반박은 자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강하다는 것이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대중국 고립 정책에서도 충분히 맞설 여유가 있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하지만 이런 중국도 올해 들어 슬그머니 국채 공급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 등 리스크 요소가 상당한 정책을 더 이상 내놓기 쉽지 않으니 국채라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9일 중국 금융정보 플랫폼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중국 국채 발행 규모는 6조4700억위안(약 1290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7.4% 증가했다. 중국의 국채 발행은 시 주석의 3연임을 앞둔 상태에서도 폭염·가뭄·전력난과 홍수, 코로나19 재창궐 등 3중 악재에 직면했던 7~8월에 대폭 늘었다. 7월 1조536억위안, 8월 1조381억위안으로 1년 전과 견줘 각각 66.4%, 56.2% 확대됐다. 7~8월을 합치면 전체 발행 규모의 32.3%를 차지한다.

중신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매체 중신왕에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정부가 역주기 조절(세금을 낮추고 통화 정책을 완화하는 방식의 경기부양책)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국채 공급 확대는 정부 재정 재원을 확보하는 중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할인 국채를 제외한 만기별 국채 발행 액면 금리는 모두 2.68%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2%보다 0.44%포인트 내렸다. 또 할인채의 발행 건수와 규모는 다소 증가한 반면 주요 만기별 국채와 장기국채 발행 규모는 감소했다.

할인채 발행 비중이 높아진 것은 16일 당대회 전까지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국채의 긴급 자금 조달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할인채는 중장기 국채보다 금리가 낮아 이자 비용을 줄이는데도 유리하다.

중국 정부가 올해 예산과 지출 계획을 세울 때와는 달리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코로나19 방역 비용, 제로 코로나 부작용, 자연 재해, 미국의 견제 심화 등 때문에 재정 지출은 늘어난 반면 수입은 줄어든 것도 국채 발행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주요 도시를 락다운시키자 기업과 국민들은 생산·소비를 줄였고 경제 주체에게 충격은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뒤늦게 규제를 풀어준 부동산 시장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의 세금 환급·감세 등 부양책 지시 공문에 지방 정부의 재정 또한 고갈됐다. 대규모 핵산 검사도 지방 정부에겐 짐이다. 여기에다 8월 한 달간 자연재해 피해액만 430억위안(약 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달러 강세에 위안화 가치는 추락하지만 수출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증권보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 "국채시장이 국민 경제 발전과 금융 시장 운행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안정적인 성장의 중요한 손잡이가 되는 상황에서 국채의 질서정연한 공급은 정부의 재정을 보장하고 경기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대 리스크 미국의 견제 강화

미국은 중국이 어깨에 지고 있는 가장 큰 돌덩이다. 미국은 반도체에 이어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핵심기술까지 중국 수출을 통제키로 하면서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와 관련해서 개별 기업이 아닌 특정 기술을 기준으로 중국을 겨냥해 포괄적이면서 고강도의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특정 첨단 컴퓨팅 반도체 및 슈퍼컴퓨터용 반도체칩 등에 대한 제한적 수출 통제 및 특정한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새 수출 통제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특정 수준 이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미국 기업이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중국 내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에도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된다. 미국 정부는 아울러 첨단 컴퓨팅 반도체 칩,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칩 거래 등에 대해서도 수출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고성능 AI 학습용 칩, 슈퍼컴퓨터용 특정 반도체 칩 등이 대상이다. 미국 정부가 8월 자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AMD에 AI용 반도체에 대해 허가 없이 중국에 반출하지 말라고 보낸 공문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 규칙은 이른바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이 적용된다. 이는 제3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 등을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인 화웨이 제재 당시 적용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를 넘보던 화웨이는 큰 타격을 받아 화웨이식 제재로도 불린다.

이와함께 중국 반도체 메모리칩 생산업체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를 비롯 중국 기업 31개사를 사실상 잠정적인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일단은 우려 대상의 의미하는 미검증 명단(unverified list)에 들어갔지만 여차하면 블랙리스트인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 의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는 "수출 통제는 중국이 첨단 컴퓨팅 칩을 확보하고 슈퍼컴퓨터와 첨단 반도체를 개발·유지하기 위한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물러설 수 없는 레드라인인 대만을 놓고도 미국 등 서방국가의 자극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하원 의원 36명은 지난달 28일 대만정책법을 서명 발의하며 미국 주재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의 명칭을 '타이완경제문화대표처'로, 이 기관의 장을 처장이 아닌 대사급으로 격상했다.

법안이 대표처의 명칭을 타이완 즉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타이완으로 변경하는 것은 대만의 주권을 강화겠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대사급 격상도 마찬가지다. 이는 곧 미국이 그동안 인정해온 '하나의 중국'을 훼손하는 의미로 중국은 받아들일 수 있다.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보고 있으며 이를 주권 간섭으로 규정하는 중국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미국 등은 자국 함정을 동원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고 중국은 이에 맞서 실탄 사격 훈련까지 진행하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싱예증권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승부는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염불된 코로나19 전쟁 승리

시 주석이 일찌감치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를 외쳤지만 중국 내 상황은 이를 공염불로 되돌리고 있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골든위크인 국경절(1~7일) 인파가 늘어나면서 국내 전염병이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염병 정보 통계에 따르면 4일 기준 중국의 총 31개 성·시·자치구에서 모두 134개 도시에서 양성 감염이 발생했다. 규모 면에서 사상 최고치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전염병의 확산 범위가 현저히 확대됐다"면서 "전국의 여러 가지 산발 상태가 변하지 않았고 전염병의 형세는 심각하고 복잡하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은 시 주석 3연임 축제를 앞두고 고강도 통제의 고삐를 강화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절망적이다. 사실상 경제를 포기하면서도 강행한 제로코로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무차별 통제는 시 주석 집권 연장의 필수 요소인 내부 결집마저도 흔들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는 자국 경찰이 총과 방패를 들고 관광객들을 통제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오며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 주민을 암울하게 하는 것은 당 대회가 끝나도 제로 코로나 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소 내년 3월 양회가 끝날 때까지 락다운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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