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녹슨 채 방치된 스키점프 경기장... 여기서 유스올림픽 열린다고요? [긴급점검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9 18:28

수정 2022.10.09 18:39

(上) 강원 개최 예정지 가보니
평창때 사용한 7개 경기장 활용
지자체 4월 개선사업 나섰지만
방치된 채 유지·보수작업 더뎌
개막식 열릴 평창돔엔 쓰레기뿐
정부·주민 무관심도 또다른 원인
오는 2024년 1월 개최되는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에 사용될 스키점프경기장의 시설물 곳곳이 녹슨 채로 남겨져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오는 2024년 1월 개최되는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에 사용될 스키점프경기장의 시설물 곳곳이 녹슨 채로 남겨져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행사 한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얼마나 준비 중인지 모르겠어요. 주민들도 큰 관심은 없어요." (평창돔 인근 공인중개사)

"관광객들이 왕창 왔으면 좋겠는데, 청소년 올림픽이라 과연 평창올림픽만큼 흥행할지…." (인근 카페 주인)

【파이낸셜뉴스 평창(강원)=박지연 기자】'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유스올림픽)' 개최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회에서 사용 예정인 시설 상당수가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경기장 개선사업을 위한 첫 삽을 떴지만 여전히 시설 곳곳이 녹슬거나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역주민들도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감독 및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보수 중인 평창돔 곳곳엔 쓰레기

9일 강원도청 등에 따르면 2024년 1월 개최되는 강원유스올림픽에서 사용 예정인 시설 9곳 중 7곳은 2018 평창올림픽이 치러진 경기장이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스키점프 센터 등이다. 다만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렸던 평창올림픽 플라자는 대회 이후 철거돼 새로운 장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평창군은 1999년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개·폐회식장으로 사용된 용평돔(평창돔)을 유스올림픽 개·폐회식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지난 4월부터는 오는 11월까지 계획된 경기장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문한 평창돔 내부는 '개선사업 중'이라는 팻말이 무색하게 곳곳에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다. 햇빛을 가리는 창문 덮개 상당수는 반쯤 찢어진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한때 체육대회 개최장소로 사용됐음을 증명하듯 바닥 곳곳에 빨간색 카펫이 깔려 있었지만 계단 일부는 깨진 채로 방치 중이었다.

평창올림픽 당시 사용됐던 경기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스올림픽에서 스키점프, 노르딕복합 등 종목이 열릴 예정인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일대는 찾는 방문객이 없고 한산했다. 수천명의 관람객으로 꽉 찼던 스키점프 경기장 내부 의자와 스키점프대는 녹이 슨 채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일대 주민들은 비단 두 곳뿐 아니라 평창올림픽을 위해 새로 지어졌던 시설 다수가 올림픽이 끝난 뒤부터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평창에서 10여년간 카페를 운영해온 A씨(62)는 "슬라이딩센터 등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종목들이 열렸던 경기장은 올림픽 뒤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어려워 주민들에게도 잊혀져가고 있다"며 "많은 돈을 들여 지은 시설이 재탄생돼야 일대를 찾는 관광객도 늘 텐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평창올림픽 후 사후관리 부실

올림픽 행사 뒤 방치된 경기장에 대한 부실한 사후관리는 지난해 국정감사 도마에도 오른 바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및 슬라이딩센터를 비롯한 올림픽 관련 7개 시설의 2019~2021년 운영현황을 파악한 결과 총 135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강원지역 동계 종목 관계자 중 76.8%가 설문조사에서 '평창올림픽 시설이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스올림픽에 활용되는 평창올림픽 관련 시설 다수가 방치되고 있는 탓에 주민들의 관심도 역시 극히 낮다.
평창돔 일대에서 B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평창돔 활성화 공사도 코로나19로 지지부진하다 최근에서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설들이 대부분 텅 비어 있다 보니 다수 주민에게는 유스올림픽이 가져올 흥행 여부 등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스올림픽 개최까지 1년3개월이 남은 만큼 성공적 개최를 위해선 올림픽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보다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4년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에 시설이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문체부가 지자체에만 관리를 떠넘기지 말고 올림픽 유산들이 가치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