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제고, 세종학당 확대
공공언어 정화가 선결 문제
공공언어 정화가 선결 문제
한글날 아침 나라 안팎에서 들려온 몇 가지 소식이 희비를 엇갈리게 한다. 먼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막내' '동생' 같은 우리말 단어가 또 등재된다는 소식이다. 지난해에는 '오빠' '언니' 등 26개가 새로 올라갔는데 내년에는 최소 30개 이상 들어갈 예정이라는 얘기다. K컬처의 성과이다. 한글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일부 지자체의 외래어 남발은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인천시 청라국제도시에는 '청라커낼로' '로봇랜드로''사파이어로' '에메랄드로' '크리스탈로' 같은 발음조차 어려운 외래어로 된 도로표지판이 유달리 많다. 송도와 영종 등 다른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송도에는 '컨벤시아대로' '아트센터대로' '아카데미로' '바이오대로' 등이 있고, 영종에는 '미단뉴타운로' '왕산마리나길' 등이 눈에 띈다. 국제도시를 내세워 우리 지명의 고유성과 전통성을 도외시한 현장이다.
최근 글자를 읽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저하 논란이 불거졌다. '심심한 사과'를 '심심하다', '사흘'을 4일, '금일'을 금요일, '고지식하다'를 '지식이 높다'로 각각 해석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 국민 5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SNS와 유튜브 등 영상매체 사용량은 대폭 늘고 독서량은 급격히 줄어든 탓에 생긴 사회문화현상이다. 국민의 평균 어휘력이 지속적으로 퇴보하고, 전반적 문해력이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말로만 외래어 줄이기를 외칠 게 아니라 공공언어 분야에서 제도적으로 한글을 정화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지구촌에 한글을 수출하는 세종학당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은 그 첫걸음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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