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A군과 B양의 열애. 이니셜(머리글자)이 등장하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이야기에는 살이 붙기 시작한다. 이니셜 속 인물이 누구일까에 대한 추측들도 이어진다. 당장 열애설이 아니더라도, 연예계 사건·사고 기사에서 역시 익명이 등장하면 누리꾼들은 발 빠르게 해당 연예인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들이 이어진다.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더라도, 이미 이니셜의 주인공이 돼 있기도 한다. 당사자가 아닌 연예인들은 이미 아니 땐 굴뚝에서 나는 연기의 피해자가 되어버린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기혼자인 톱스타와 한 여성 프로 골퍼의 불륜설 루머가 퍼졌다. 이 루머에는 또 다른 기혼자 남성 연예인까지 언급됐다. 그리고 해당 루머는 특정 연예인들을 향했다. 바로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와 배우 조정석이었다. 물론 근거 없는 루머였기에, 비와 조정석은 곧 반박 입장을 냈다.
비 소속사 측은 6일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기에, 어떤 입장 표명도 불필요하다 판단했지만, 루머가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하며 아티스트는 물론 그 가족에 대한 인신공격, 비난 등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해 더는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혹스럽다는 표현을 전했다. 소속사는 "당사는 현재 최초 이니셜로 보도한 보도 매체에 문의하여 해당 아티스트가 맞는지를 확인하였고, 해당 이니셜은 소속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확답까지 받은 바"라며 '허위 유포를 진행한 정황까지 모두 책임을 묻고 법적 절차로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석의 소속사도 같은 날 "당사와 배우 본인은 현재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관련됐다는 허위 사실과, 더 나아가 다양한 추측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둔갑하여 확대되는 것에 황당할 뿐"이라며 "조정석 배우는 그 어떠한 여성 골프 선수와도 개인적 친분뿐만 아니라 일면식조차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정석 측 또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경고했다.
해당 소문에 언급된 프로 골퍼 박결도 불쾌한 심경을 전했다.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몇 년 전에 스폰서 행사에서 본 게 다인데, 번호도 모르는데, 나쁜 사람들"라며 "닮지는 않았지만 비교해 줘서 고마웠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기다니"라고 루머에 대해 간접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
추측성 소문으로 벌어진 피해는 비단 최근의 일로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달 처방 받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것을, 마약 혐의로 오해를 받은 배우 이상보의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최초 보도에서 해당 인물이 40대 배우로 지칭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인물을 특정하기 위해서 수많은 연예인들이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배우 박해진과 이무생이 언급되면서 루머의 피해자가 됐다.
이에 당시 박해진과 이무생 측은 해당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박해진과 이무생의 이미지는 피해를 받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과거에도 수많은 루머들은 연예인들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최진실 또한 대표적인 소문의 피해자였다. 당시 그를 향한 수많은 루머들이 생산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최진실은 루머에 고통스러워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후에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미 피해자는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받은 뒤였다.
이처럼 계속되는 근거 없는 소문의 발생과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도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루머는 그치지 않고 있다. 소문의 피해를 유명세라고 치부하기보다 루머에 대한 비판적인 수용과 경계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뉴스1에 "소문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만 올라와도 덮어놓고 믿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이 문제"라며 "특히 이러한 소문이 언론에 보도가 되면 더 강하게 믿는 사람이 많은데 소문이나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을 하고, 누군가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가지고 믿는 것이 아닌 검증을 통해서 판단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얘기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문을 보도하는 언론 역시 기본적인 수준의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이 된 다음에 보도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단순히 '익명이기 때문에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보도를 한다면, 아무리 익명의 보도라도 결과적으로는 이니셜 때문에 물망에 오른 이에게는 큰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견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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