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지난 7일 찾은 전남 여수시 만성리 검은모래해변 해수욕장. 화창한 날씨 속에 푸른 바다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이곳은 여수의 대표 관광지로 신경통과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모래가 유명하다. 품이 큰 바닷가로 시원스러운 경치를 자랑한다. 인기가수 장범준의 대표곡 '여수밤바다'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 일대는 몇 년 전부터 마을 곳곳에 현수막과 집집마다 붉은색 경고장이 내걸려있다. '죽을 각오로 내고향 내가 지킨다', '주민 동의없는 택지개발 사업 당장 철회하라' 등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와는 사뭇 대비된다.
원주민들은 지난 2019년 여수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조성사업(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을 반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130가구에 2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대다수 주민이 70~80세의 고령이다. 이들은 여수시와 LH 측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주장하며 '도대체 왜 우리가 쫓겨나야 하는 것이냐', '평생 살아온 터전에서 어디로 나간 말이냐'고 하소연한다.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은 오는 2024년까지 3293억원 가량을 투입해 40만㎡에 아파트 2758세대, 단독주택 174호, 상업지구가 건설될 예정이다. 무주택 서민,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지원 계층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공공성이 강한 사업으로 주택용지 중 공동주택용지가 90% 가량이다.
김철수 만흥지구 비상대책위원장(64)은 "여수 주택보급률이 130% 수준인데 관광지에 아파트를 지어서 뭐하겠냐"며 "전국 유일 검은모래해변을 명품 관광화할 생각은 전혀 없고, 주택만 늘리면 결국 지금처럼 공실만 넘쳐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 모두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는데, 주택 짓는다고 나가라고 하면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야되냐"며 "공기업 보상수준으로는 전세값 마련도 어렵다. 그런데 대책도, 회의도 없이 평생 살아온 터전을 뺏으려 한다"고 억울해했다.
만흥지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LH광주전남지역본부 앞에서 해당 사업에 강력 반발했다. 오는 19일에는 정기명 여수시장과 면담, 이달 말쯤 국토교통부를 찾아 사업 원점 재검토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LH와 원주민 사이에 보상 협의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며 "형평성에 맞게 진행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LH광주전남본부 한 관계자는 "2024년도 착공을 목표로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착공 전 보상 협의 등 절차대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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