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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프·스포티파이·노스볼트의 고향, 스웨덴... 혁신 위한 초대형 투자가 ‘유니콘 강국’ 키웠다 [북유럽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0 19:04

수정 2022.10.10 22:13

스웨덴 정부 체계적인 성장·투자 지원… 올해 업황 침체에도 대형투자 지속
초기뿐만 아니라 ‘스케일업하는’ 대형투자 통해 ‘엑시트’ 활발한 것도 강점
CVC·임팩트 투자 활성화에 볼보·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적극적
韓 스타트업계, 장기적 안목으로 진출 필요 "유럽 전역 뻗어가는 발판 될것"
스웨덴 스톡홀름시 중심가에 있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에피센터 내부 사진. 에피센터에는 초기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고,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도 이곳에 입주했다. 사진=박소현 기자
스웨덴 스톡홀름시 중심가에 있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에피센터 내부 사진. 에피센터에는 초기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고,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도 이곳에 입주했다. 사진=박소현 기자
스카이프·스포티파이·노스볼트의 고향, 스웨덴... 혁신 위한 초대형 투자가 ‘유니콘 강국’ 키웠다 [북유럽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스톡홀름(스웨덴)=박소현 기자】 스웨덴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 스타트업 강국이다. 인구는 약 1000만명으로 한국의 5분의 1 규모지만, 스카이프(인터넷 전화), 스포티파이(음악 플랫폼), 클라르나(핀테크 기업), 노스볼트(유럽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등 스웨덴이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배출한 유니콘 스타트업은 35개에 달한다. 스웨덴이 '인구 1인당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 개수 1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다.

스웨덴은 스카이프·스포티파이의 성공 이후 유럽 스타트업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티파이 최대주주였던 노스존은 스웨덴을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하는 국가라는 의미에서 "혁신을 위한 테스트베드"라고 불렀다.
스웨덴 정부는 혁신청(VINNOVA)을 앞세워 스타트업에 대한 체계적인 성장·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벤처캐피털(VC)·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 민간 투자와 엑시트 역시 활발해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리잡혔다. 스웨덴하면 '지속가능성장(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이 떠오를 만큼 임팩트 투자와 함께 정보기술(IT)과 결합한 '클린테크'는 스웨덴 스타트업의 특화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초대형투자·엑시트 강점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테크 에코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스웨덴 스타트업 투자총액은 약 81억유로(약 11조2500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스웨덴 스타트업 투자 총액은 현재까지 약 43억유로(약 6조원)로, 지난 2020년의 약 32억유로(약 4조5000억원)보다 많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투자 업황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와중에 지난 7월 노스볼트(11억달러), 클라르나(8억달러) 등 스웨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에 대한 대형 투자가 지속된 영향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비교해서 눈여겨 볼 데이터는 스웨덴 스타트업의 라운드별 투자 규모다. 특히 약 130개의 로컬 VC가 이끄는 시드·시리즈A 등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는 물론 시리즈D·E단계에서 받는 1억유로 이상(약 1400억원)의 초대형 투자도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총액 81억유로 가운데 54억유로(약 7조5000억원원)가 시리즈D·E 단계의 투자에 몰렸다. 물론 이중 절반 이상의 투자금은 노스볼트(28억유로·약 4조원)로 향했다. 스웨덴이 유럽 중에서 지난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 가장 빠른 기업가치 성장률(4.8배)을 영국(2.5배), 독일(3.4배)를 제치고 기록한 이유도 노스볼트, 클라르나 등의 투자유치 성공에 따른 것이다.

이같이 대형투자로 '스케일업한'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엑시트'가 활발한 것 또한 스웨덴 스타트업의 강점이다. 이미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튼튼하게 뿌리내렸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 스웨덴을 대표하는 유니콘 스타트업 스카이프과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스튜디오는 각각 지난 2011년과 2014년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M&A 됐고, 핀테크 유니콘 기업 아이제틀은 지난 2018년 미국 페이팔에 매각됐다. 페이팔은 당시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아이제틀을 인수했는데, 이는 페이팔의 가장 큰 M&A이다. 페이팔은 아이제틀의 오프라인 스토어 결제 플랫폼 전문성과 디지털 마케팅 방식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는 지난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지난해 오픈뱅킹 플랫폼 틴크(Tink)가 비자에 약 18억유로(약 2조5000억원)에 매각되는 등 지난 한 해에만 유니콘 스타트업 중 M&A 2건, IPO·스팩 상장 5건 등 총 7건의 대형 엑시트를 성공했다. 노스볼트 역시 오는 2024년 IPO를 준비하고 있다.

스웨덴 스타트업이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주목받고 엑시트가 잘 되는 이유로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에릭슨, 볼보, 이케아 등 스웨덴의 내로라하는 기업도 초기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세우고 성장했다. 실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입소 심사요건에 제품·서비스의 글로벌화가 평가 목록에 들어 있다.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 스톡홀름 센터장을 역임한 김상찬 스카이파트너스 대표는 "내수시장이 작은 스웨덴은 창업 초기부터 유럽 전체에서 통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니 서비스 자체가 글로벌 표준"이라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우선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고 그것을 컨버팅해서 글로벌 진출을 하려고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CVC·임팩트투자 활성화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CVC 투자가 이미 활성화돼 있다. 올해 초부터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이 허용된 한국은 이제 GS벤처스가 세워지는 등 CVC 투자는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스웨덴 스타트업 투자 총액 81억유로 중 CVC가 투자한 금액만 14억유로로 집계됐다. VC의 총 투자 금액인 31억유로의 약 45%로, VC의 절반에 가까운 투자금이 CVC에서 나온 셈이다. 올해도 현재까지 CVC 투자 금액은 9억5900만 유로로 VC 투자금액(15억유로)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2019년에는 스타트업 투자 총액 29억유로 가운데 CVC의 투자금액만 14억유로로, VC 투자금액(9억300만유로)를 넘어선 것을 물론 투자 비중이 절반 가까이(약 48%)로 집계되기도 했다. 지난 2010년부터 스웨덴 스타트업 투자 현황 추이를 살펴보면 CVC 투자금액은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에릭슨, 이케아 등 스웨덴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도 스타트업 투자 뿐만 아니라 협업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팩트 투자 역시 스웨덴 스타트업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체 VC 투자 금액 중 임팩트 투자 비중은 약 51%로 절반을 넘길 정도다. 김상찬 스카이파트너스 대표는 "임팩트 투자는 유럽 내에서도 스웨덴이 압도적인 1위"라면서 "스웨덴은 환경 문제 해결이나 사회적 약자에 배려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기업도 서스테이너빌리티를 언급하지 않으면 오히려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VC도 임팩트 투자만 지향하는 곳이 있고 ALMI를 포함해 임팩트 투자자가 상당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韓 스타트업 장기적 안목 진출 필요

스웨덴 CVC의 투자가 활성화돼 있고 볼보, 에릭슨, H&M 등 스웨덴의 글로벌 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에 적극적인 점은 한국 스타트업계와 정부, 기관 등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스웨덴을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좋아서다. 다만 스웨덴은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한국과 달리 의사결정에만 몇 달의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정부나 기관이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현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한국과 스웨덴 양국 간 신뢰 관계를 쌓아가면 파트너로 윈윈할 뿐만 아니라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20년 스웨덴에 KSC를 설립하고 창업진흥원이 매년 스타트업 10여개를 선발해 스톡홀름 현지로 보내고 있다. 올해에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선발된 포티투마루, 크라우드웍스, 로보로스(ROBORUS), 하이픈 등 10개사가 약 2주 전부터 KSC가 입주한 스톡홀름 엑셀러레이터 '에피센터'에서 스톡홀름 현지 기업과의 미팅 등 협업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스톡홀름은 글로벌 기업이 많아서 그 기업의 해외지사, 지점을 통해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서 "스웨덴은 프랑스 등 서유럽은 물론 북유럽, 동유럽까지 뻗어나가기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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