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소진공 이전비만 수십억원"…상인·정치권 반발에도 강행 움직임

뉴스1

입력 2022.10.11 05:10

수정 2022.10.11 05:10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 (뉴스1DB) ⓒ News1 김기태 기자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 (뉴스1DB) ⓒ News1 김기태 기자


소진공 청사 건물 인근 거리에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위)이 걸려있다. 소진공중구사수투쟁위는 지난달부터 무기한 철야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소진공 청사 건물 인근 거리에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위)이 걸려있다. 소진공중구사수투쟁위는 지난달부터 무기한 철야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원도심 상인들의 반발에도 청사 신도심 이전을 강행한다. 소상공인들은 수백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이전 반대 시위'를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소진공은 대전 유성구 소재 엑스포 타워 이전을 위해 이사 계획을 수립 중이다.

엑스포타워는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백화점 동 옆에 위치한 건물이다. 신세계그룹과 계룡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조성했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호텔 오노마 및 스타벅스 신한은행, 더 아트스페이스 193 등이 입점해 있다.

소진공은 이 건물 18층에 입주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공고한 사이언스센터 입주기관 모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고에 따르면 임대료는 ㎡당 7830원(부가세 별도)이다. 일반관리비와 임대보증금은 각각 ㎡당 7260원, 8만7030원이다.

지역 공인중개업자에 따르면 현재 입주해 있는 건물 대비 임대료는 40% 이상, 관리비는 10% 이상 비싼 수준이다. 현재 건물 임대료는 6000만원대다.

이사비용, 등기이전 비용, 공간 인테리어, 현 입주 건물 원상복구 비용을 포함한 이전 비용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소상공인을 위한 공기업이 엑스포타워에 입주하는 것은 타워 건립 목적인 '과학기술·창업 공간 활용'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엑스포타워는 대전시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창업 및 교육, 문화, 여가 등이 어우러진 지역 과학기술 공간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지은 건물이다.

당초 운영 방향으로 '벤처, 중견기업 육성과 혁신 주체들의 교류협력, 우수 성과사례 도출 등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전 중구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이들은 소진공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면 "원도심 상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역 상가번영회 등은 최근 소진공 청사 인근에 이전 반대 현수막을 십여장 걸었다. 현수막에는 '소진공 이전은 중구의 죽음', '자영업자들 피토한다. 이것이 소진공의 책무냐', '원도심상권 다 죽는다! 소진공은 이전 계획 중단하라', '무대책 이전행위는 지역상권 죽이는 범죄행위' 등의 문구가 적혔다.

지난달 30일 소진공중구사수투쟁위를 출범하고 긴급성명 발표와 삭발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소진공 청사 건물 앞에서 1인 시위와 무기한 철야 천막농성 등을 벌이고 있다. 12일에는 소상공인 2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계획됐다.

대전 정치권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대전 중구 당원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소상공인의 대변인인 소진공이 원도심을 버리고 유성지역으로 떠나는 것을 검토하는 건 전장에서 총탄을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병사를 버리고 나 살겠다고 도망가는 군의관과 같다"고 지적했다.

당원협의회는 "상주 근무 인력 500명에 달하는 소진공이 대전 중구를 버린다는 것은 중구민들에게는 재기의 희망마저 꺾는 행위"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는 중구 소상공인들을 능멸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소진공은 '이전을 강행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만간 결론이 날 것 같다"며 "현재는 의견수렴을 받고 있는 단계여서 대전지역 정치권 등 반발이 심하면 못 갈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진공 이전과 관련해 전 대전시장이었던 박성효 이사장의 '표심 챙기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이사장은 제9대 대전시장 출신으로 제19대 때는 대전 대덕구 국회의원(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대전광역시당 당협위원장(유성구 갑)을 지냈다. 올해 6·1 지방선거에도 대전시장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막판에 불출마 선언을 하고 7월 소진공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엑스포 타워는 지역구로 구분했을 때 유성구 을에 입지했으나 결국 같은 유성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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