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차단흡수 능력을 조절한다

KAIST-KIST-성균관대-고려대 공동 연구
신소재 맥신을 수직으로 세워 필름으로 제작
축전지, 전자파 차단흡수 제품에 활용 가능해

전기장을 따라 나란히 수직으로 배향된 맥신 나노 시트.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국내 연구진이 전자파를 차단하거나 흡수하는 신소재 맥신(MXene)의 성능을 더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2차원, 즉 종이보다 1만분의 1 정도로 매우 얇고 작은 모양인 신소재 맥신을 수직으로 세워 필름형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맥신 필름은 정렬시킨 방향에 평행한 전기 전도도가 약 9배가량 더 높았다.

맥신은 고용량 축전지를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전자파를 차단하는 성질때문에 스마트폰 부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전자파를 흡수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어 전자기펄스(EMP) 폭탄을 대비한 방어벽이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등 국방기술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맥신 제작방법을 통해 맥신의 성질을 달리할 수 있으며, 전자파를 차단하거나 흡수하는 능력을 조절할 수 있다.

KAIST 화학과 윤동기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김선준 박사팀이 성균관대 구종민 교수와 고려대 강윤찬 교수팀과 협업해 맥신을 세계 최초로 수직으로 세우고 한 방향으로 배향하는 데 성공했다.

윤동기 교수는 "기존 수평으로 정렬된 맥신은 일반 선글라스와 마찬가지의 성능을 나타냈다면, 이번에 만들어낸 맥신은 렌즈를 수직으로 세워서 그 방향으로 전자파를 흡수, 혹은 차폐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어 기존의 한계점들을 극복하면서 이차원 물질들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차원 물질의 수직 정렬을 구현할 수 있는 효율적이면서 어디에나 쉽게 적용 가능한 혁신적인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신은 전기적 특성이 뛰어난 그래핀과 비슷하게 전도성이 좋으면서 가볍다. 또한, 물 뿐만아니라 다양한 용매들에 잘 녹아 가공성이 좋다.

하지만 종잇장과 같은 성질로 인해 수평으로만 만들어졌었다. 연구진은 물에 분산된 맥신 나노 시트에 전기를 흐르게 하면 전기장을 따라 일렬로 정렬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때 맥신의 표면이 강한 음전하를 띄면서 10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은 셀에서 서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배열된다. 또 물에 분산된 맥신 나노 시트의 수직 배열은 전기장의 유무에 따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맥신을 순간적으로 얼린 뒤 승화 현상을 이용해 건조시키는 동결 건조했다. 이때 맥신 나노 시트들이 나노미터(머리카락 두께의 십 만분의 1) 수준의 얇은 모서리로 바닥을 딛고 수직으로 서 있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은 다른 첨가물 없이 순수한 맥신으로 센티미터 단위의 대면적 제작이 가능하고 자동화 공정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수직으로 정렬된 맥신은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전극을 다양하게 디자인함으로써 풍차 모양을 만들었고, 글자까지 쓸 수 있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고, 해당 저널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에디터 하이라이트(Editors' Highlights)'에 소개됐다.

[e-mail]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