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달러 강세 여파
美 기업 실적 하향 조정 잇따라
내년 매출·EPS 성장률에 집중
해외 매출 비중 높은기업 피해야
美 기업 실적 하향 조정 잇따라
내년 매출·EPS 성장률에 집중
해외 매출 비중 높은기업 피해야
금융권을 시작으로 미국 증시가 본격적인 3·4분기 실적시즌에 돌입하는 가운데 전 분기와 달리 부진한 실적에 따른 증시 하락이 우려된다.
월가에서는 달러 강세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줬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매출 증가율이 높고 해외 매출 비중이 낮아 강달러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들을 눈여겨볼 것을 조언한다.
■이번 주 '어닝 연옥' 열리나
JP모건과 모건스탠리·시티그룹 등을 시작으로 3·4분기 실적시즌이 열린다. 구체적으로 △12일 펩시코 △13일 TSMC, 델타에어라인, 블랙록 △14일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씨티은행, 웰스파고, 유나이티드헬스그룹, PNC파이낸셜, US뱅코프 등이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전 분기와 달리 이번 실적시즌은 공포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기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확산과 지속적인 달러 강세에 미국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번 실적시즌을 '연옥 시즌'이라고 부르며 "보통 실적시즌이 시작되면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발표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별로 할 일이 없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기업의 3·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7%, 주당순이익(EPS)은 4.5%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월 초 전망치 대비 각각 0.1%포인트, 0.6%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3·4분기 전체로 보면 EPS 추정치는 6.8% 하향 조정됐는데 이는 2020년 2·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이다. 에너지업종을 제외하면 올해 3·4분기 EPS는 전년동기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 추정치 하향… 주가 '흔들'
지금까지 실적을 공개한 기업들의 성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기업 20곳 가운데 65.0%가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4분기 동안의 평균치(78.1%)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어닝스카우트의 닉 레이치 분석가는 "실적이 추정치를 넘는 기업이 줄고, EPS 추정치를 하향하는 수정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4·4분기와 내년 실적 역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S&P500기업의 EPS가 7.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장밋빛'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통신서비스(-9.5%), 금융(-2.9%), 소비자 관련(-2.3%), 소재(-2.1%), 기술(+0.2%) 등의 실적이 우울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 간리 삭소뱅크 주식전략 담당자는 "3·4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울 것이다. 4·4분기 전문가 전망치에도 분명한 하향 리스크가 될 것"이라면서 "소비자 상품 수요에 영향을 주는 생활비 위기와 임금 상승 등이 중대한 리스크"라고 말했다.
우울한 실적 전망 속에서 이번 실적시즌에 뉴욕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실시된 MLIV 펄스 서베이에서 724명의 응답자 중 60% 이상이 이번 실적시즌에 S&P500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지난 10년 평균(17배)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 가운데 약 70%는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20년 저점(14배)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고, 25% 정도는 2008년 저점(10배)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S&P500의 선행 PER는 16배 수준이다.
■골드만 "강달러에 강한 기업 주목"
월가에서는 달러 강세가 실적에 미칠 타격이 적은 기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골드만삭스는 "7월 이후 국내 매출 비중이 평균 수준인 기업들의 경우 3·4분기 EPS 추정치는 1% 감소했고 2023년은 그대로"라며 "반면 미국 이외의 해외 매출 비중이 평균 73%인 기업들의 3·4분기 EPS 추정치는 4%, 2023년은 3%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강달러에 따른 타격을 크게 입었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낮고 내년 매출 및 EPS 성장률이 높은 기업에 주목하라고 골드만은 강조했다. 이 같은 기업으로는 차터커뮤니케이션, 달러제너럴, 알트리아그룹, 데본에너지, 트루이스트파이낸셜, 엘레반스헬스,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 페이컴소프트웨어, 누코어, 퍼블릭스토리지, 서던 등이 언급됐다.
반대로 라스베가스샌즈,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아프락 등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피하라고 골드만은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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