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혁명'과 '수프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초선'
[파이낸셜뉴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나, 올 가을은 다큐의 계절이라 할만하다. 주목할만한 다큐가 10월 잇따라 개봉한다. 칸영화제 초청작이자 홍콩민주화 시위를 다룬 ‘시대혁명’과 ‘가족의 나라’ 양영희 감독의 신작 ‘수프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美이민사와 정치사를 바꾼 5명의 한인의 이야기를 그린 ‘초선 CHOSEN’이다.
먼저 오는 13일 개봉하는 ‘시대혁명’은 중국의 범죄인인도법안 일명 송환법에 맞선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된 ‘범죄인 인도법’은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해당 법안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700만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국제적으로 커다란 화제와 지지를 얻어냈고 그 과정이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완성됐지만 중국의 상영 불허로 홍콩에서는 상영금지되고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가족의 나라’를 선보인 양영희 감독이 자신의 어머니와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재일조선인 부모는 평소 딸에게 결혼 상대로 미국인과 일본인은 절대 안된다고 했으나,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엄마는 예비 사위를 위해 닭 수프(삼계탕)를 끓인다. 더불어 건강이 약해진 엄마는 평생 숨겨왔던 비밀을 터놓는다.
모녀와 한 가족의 사적인 대화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며,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한국의 근현대사의 고찰로 드라마가 확장된다. 제주4.3과 한국전쟁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남북이 분단된 지금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인 흰기러기상, 제47회 서울 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오래도록 곱씹어야 할 생각거리를 제공한다”(박찬욱 감독), “바로 옆에 살면서 나와는 다른 것을 믿고 사는 사람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 사이 그어진 선은 가늘고 얇아진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영화계 인사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美 이민사와 정치사를 바꾼 5명의 한인의 이야기를 그린 ‘초선 CHOSEN’은 11월 3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은 2020년, 미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동시에 도전한 5명의 한인 동포를 통해 이들이 이민자로서 어떻게 성장하고 미국 정치계에 왜 뛰어들었는지, 1992년 LA 폭동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그린다.
특히 후보들 중 데이비드 김은 기업체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응원을 이끌어 내어 세력을 키워가는 과정과 성 정체성으로 인한 목사 아버지와의 갈등, 기성 세대에게 호소하는 노력 등의 성장기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더불어 5인의 한인 정치인은 LA폭동 이후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지도자의 부재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각종 아시안 혐오범죄 등으로부터 한인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 지도자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초선’을 연출한 전후석 감독은 재외동포 변호사 출신으로, 전작 ‘헤로니모’에 이어 두 번째로 재외동포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전후석 감독은 “다름 속에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무슨 뜻일까”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며 “다큐를 통해서 세대간, 인종적, 이념적, 성소수자들의 갈등을 다방면에서 묵묵히 들여다보고, 중립적으로 모든 후보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자 했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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