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을 위한 저가 매수 방법은 없을까. 채무관계가 얽혀있어 강제적인 경매 법정에서는 시장 호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가 낙찰되기도 한다. 실수요자로서 하락장 속 집주인의 버티기에 간간이 나오는 급매를 기다리기 어렵다면 경매시장이 내 집 마련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급급매만 찾는 내집마련 수요자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가격 고점인식으로 시장이 꺾이자 수요자들이 저가 매수만 노리는 가운데 매도자들의 눈높이는 크게 내려오지 않은 점이 이유로 꼽힌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 전화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거래가 없는 이유는 수요자들이 호가에 한참 못 미치는 급급매만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택 매매시장에)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할 때 매수자가 관심이 있을 가격대에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일부 급매만 해당 가격대로 나와 있어 매물 가격의 평균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은 잇따라 저가 낙찰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 경매를 취하한 뒤 매매시장에서 처분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현재는 매매가 잘되지 않아 경매를 취하하면 채무 변제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유찰로 최저 입찰가가 내려도 경매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경매2계에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아이파크(3042가구) 전용 109㎡는 10억1600만원(13층)에 낙찰됐다. 매매시장에서 최고가 거래액은 1월 15억2500만원으로 5억900만원 내린 금액이다. 현재 같은 타입 최저 호가는 10억원이지만, 1층이다. 최고 21층인 이 단지에서 같은 타입 중·고층은 12억8000만원 이상으로 호가가 형성돼 있다. 경매 낙찰가가 시장의 매매가능 금액보다 2억6400만원 낮은 셈이다.
같은 날 수원지방법원 경매3계에서 경기 수원 꽃뫼양지마을대우(236가구) 전용 85㎡는 5억770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매매는 지난해 8월로 7억4000만원에 손바뀜됐다. 현재는 7억7000만원 호가에 매물이 나와 있다. 경매가격이 실거래가 대비 1억6300만원, 호가 대비 1억9300만원 저렴한 셈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운정신도시 아이파크는 임차인이 없는 물건이고, 수원꽃뫼양지마을대우는 임차인이 있지만 소유자의 모친으로 무상거주 중"이라며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을 시 낙찰자가 전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일도 있으나, 이 두 물건은 최대 수백만원의 명도비용 외에는 추가 부담이 없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매매가보다는 경매 낙찰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경매시장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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