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계도기간 끝, 단속 시작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첫 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이화사거리 교차로에서 운전자인 성모씨가 경찰에 적발되자 항변했다. 성씨는 교차로 우측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자 차를 우회전해 그대로 보도를 통과해갔다. 신호는 바뀌었지만 횡단보도 중간엔 건너가는 사람이 있었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의해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할 때는 차가 지나가면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에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단속이 시작된 12일 일부 시민들은 우회전 일시정지 규정을 몰라 경찰 단속에 당황했다.
이날 오후 경찰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이화사거리에서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차량 현장단속을 실시했다. 현장단속을 지휘한 안종원 혜화경찰서 교통안전과 안전3계장은 "도로교통법이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면서 사회적으로 보행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단속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은 차량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보호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 정지하도록 규정한다. 개정법 시행 전에는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일 때에만 멈추면 됐다. 이미 경찰은 약 2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쳤다. 강화된 규정을 모르면 범칙금과 벌점을 피할 수 없다.
경찰 지시에 따라 운전석 창문을 연 성씨는 "보행신호가 빨간 불이면 교차로를 지나가던 이전의 운전 습관이 남아 있었다"며 "도로교통법이 (운전자에게 더 엄격하게) 바뀐 줄 몰랐다"고 아쉬워했다.
경찰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후 3개월간 우회전 교통사고는 3386건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478건)과 견주어 24.4% 감소한 수준이다. 당초 경찰은 계도 기간을 1개월 동안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규정이 헷갈린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난 11일까지 계도기간을 2개월 더 연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때'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다. 안 팀장은 이에 대해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서있을 경우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움직이려고 할 경우 △ 보행자가 손을 드는 등 운전자에게 횡단 의사를 표시한 경우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디디려고 할 경우"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법령 개정에 대한 인식이 정착할 때까지 계도 위주의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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