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긴 종전안 투표를 올리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더힐 등에 따르면 미국 지정학 전문가인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은 10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머스크 CEO가 최근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적었다.
브레머 회장은 푸틴 대통령이 머스크 CEO에게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유 지속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러시아의 도네츠크·루한스크 병합 및 헤르손·자포리자 지배 인정 등 목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더힐에 따르면 브레머 회장은 2주 전 머스크 CEO와 대화했을 당시 그가 직접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브레머 회장은 "당초 이와 관련해 쓸 계획은 없었으나 머스크 CEO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 CEO는 이 뉴스레터의 내용이 알려지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푸틴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것은 18개월 전이고, 대화 주제는 우주였다"라고 밝혔다.
머스크 CEO가 부인하자 브레머는 12일 추가 트윗을 통해 “일론 머스크는 내게 우크라이나에 관해 푸틴, 크렘린과 직접 대화했다고 밝혔다”면서 "크렘린의 '레드라인(허용할 수 있는 최종 한계선)'이 무엇인지도 말했다"라고 재반박했다.
그는 “나는 24년간 지정학에 대한 뉴스레터를 두려움도, 편파도 없이 솔직하게 적어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며 “나는 머스크를 독특하고 세상을 바꿀 기업가라고 생각하고 존경해왔지만, 그는 지정학 전문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머스크 CEO가 재차 "누구도 브레머를 믿어선 안 된다"고 댓글을 다는 등, 둘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한편 앞서 머스크 CEO는 이달 3일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 인정하고,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하는 등 내용이 담긴 종전안을 제안한 바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최근 자국 영토로 선언한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에서 유엔 감독 아래 다시 주민투표를 해 주민의 뜻에 따라 병합 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머스크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머스크 중 당신은 어떤 머스크를 더 좋아하냐"는 내용의 투표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는 등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인물이 현 상황에서 평화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라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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