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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맥주, 박재범소주.. "술은 쿨한 것" 청소년 현혹하는 주류마케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4 05:00

수정 2022.10.14 17:16

주류업계가 친숙한 이미지로 마케팅을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권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주류업계가 친숙한 이미지로 마케팅을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권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주류 광고 다각화로 청소년에게 친숙한 식품이나 연예인 등과의 협업이 활성화되면서 되레 청소년들의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치 음주를 권장하는 듯한 표현이 담기는 등 준수 사항을 위반하는 주류광고도 잇따르고 있어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류광고 위반 작년에만 1430건

13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주류광고 준수사항 위반 시정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5년간 총 4036건의 주류광고 위반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류광고 기준이 마련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지난해 6월 시행됐지만 주류광고 준수 사항 위반 사례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적발된 1430건의 주류 광고 위반 사례 가운데 법 위반 내용별 현황은 '과음 경고 문구 표기'가 683건(40.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음주 권장 권유 표현 475건(28.1%), 금품 및 경품 제공 표현 438건(25.9%) 순으로 조사됐다.

'사이다 맥주' 광고 이미지 /뉴시스
'사이다 맥주' 광고 이미지 /뉴시스

친숙한 이미지와 컬래버... 적발건수 85%가 'SNS 광고'

하지만 최근들어 청소년에게 친숙한 이미지의 식품, 캐릭터, 생필품 등과 함께 주류를 컬래버레이션하는 방식의 주류 광고가 활성화되면서 자칫 청소년층에게 음주문화를 권장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협업으로 탄생한 '컬래버레이션 주류' 외관은 '사이다', '새우깡' 등 협업한 브랜드를 연상 가능토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 A음료사는 올해 초 자사 맥주와 사이다를 섞은 '사이다 맥주'를 출시해 주류와 음료를 섞은 제품을 선보였다. 대형 식품회사인 B사도 수제맥주 기업과 손잡고 신제품을 지난 8월 출시하기도 했다.

연예인과의 협업을 통한 주류 판매도 젊은 세대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GS25는 지난 7월 인기 가수 박재범과의 합작으로 '원소주 스피릿'을 판매한 뒤 두 달 만인 지난 9월 누적 판매량 100만 병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불법 리셀이 횡행해 청소년도 구매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주류광고 가운데 준수 사항을 위반한 사례 다수는 청소년의 이용 빈도가 높은 SNS 광고였다. 청소년들의 이용빈도 수가 높은 플랫폼에 무분별하게 협업 주류 광고가 노출됨으로써 자칫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권장하는 역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친숙한 인물이나 식품류를 주류판매와 연결시키는 데 대한 별도의 법적 제재나 관리·감독 규정은 현재로선 마땅히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주류광고 준수 사항 위반 시정 내역 중 매체별로는 SNS가 총 3443건 적발돼 전체 85%를 차지했다. 인쇄매체(458건, 11%), 방송매체(76건, 2%)가 뒤를 이었다.

"청소년에 음주 조장" 우려 목소리 높아

'새우깡 맥주' 광고 이미지 /뉴시스
'새우깡 맥주' 광고 이미지 /뉴시스

연이은 '컬래버레이션' 주류 마케팅이 청소년에게 음주를 권고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사이다 맥주', '새우깡 맥주' 등 친근한 식품을 활용한 주류가 청소년에게 음주에 대한 친화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현장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은 "신주류 마케팅에 대한 모니터링은 지속하고 있지만, 협업 상품이나 연예인을 동원한 새로운 마케팅들이 앞서가면 저희가 뒤따라가는 상황"이라며 "현재 이 부분에 대한 규제 법안도 없고 예산도 많지 않아 애로사항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 대상 음주 조장 환경에 대한 전반적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인순 의원은 "음주 폐해 예방 예산과 인력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협업 주류 광고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 신설 등 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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