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시도 협력과 수도권 쏠림 대응에는 공감
현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3개 시도 협력은 불가능
특별연합 형태의 지속 논의는 무의미
울산-경주-포항 '해오름 동맹'이 새로운 모델
부산-경남 행정통합도 검토..울산시는 반대
행안부 난감, 특별연합은 대통령 공약인데...
현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3개 시도 협력은 불가능
특별연합 형태의 지속 논의는 무의미
울산-경주-포항 '해오름 동맹'이 새로운 모델
부산-경남 행정통합도 검토..울산시는 반대
행안부 난감, 특별연합은 대통령 공약인데...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부울경 특별연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3개 시도 단체장들은 협력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3개 시도 간 불균형과 실효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돼 온 특별연합은 적합하지 않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신 특별연합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기능을 모두 수행하면서 초광역 협력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차원에서 '초광역 경제동맹'의 출범에 합의했다. 또 울산을 제외한 부산과 경남은 ‘행정통합’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개 시도가 특별연합을 무산 시킨 배경과 ‘초광역 경제동맹’의 의미를 살펴봤다.
■ 특별연합 무산 배경
특별연합이 무산된 배경은 지난 12일 부산 회동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3개 시도 단체장들의 발언에 잘 나타나있다. 새롭게 합의한 ‘초광역 경제동맹’에 대해서는 김두겸 울산시장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였던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12일 오후 5시 부산시청에서 만나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비공개 간담회 전 모두 발언에서 이들 단체장은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은 특별연합 추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꺼져 가는 특별연합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박완수 경남도시자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실체는 지방자치법에 규정한 자치단체 간에 공동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특별연합은 수도권 쏠림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실익이 없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만드는 것 보다, 차라리 과거 한 가족이었던 세 가족이 서로 어려우니까 다시 한 가족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이 하나로 뭉치는 ‘행정통합’을 강조한 것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은 부울경 메가시티 구성 시기에 대한 것은 공감하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태에서 더 논의를 진전시키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라면서 "꼭 연합체 형태가 아니라도 서로 공감하고 서로 협력하고 협조하고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는 특별연합 행태가 아닌 현재 울산시가 경제,관광,행정 분야에서 경주시 및 포항시와 함께 협력하고 있는 ‘해오름 동맹’을 간접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울경이 대한민국 발전의 한 축이 돼야 한다는 것엔 큰 입장 차이가 없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또 실효성 있게 광역적 연대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라며 세 시도 간에 협력과 연대가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모두 발언들은 특별연합에는 부정적이지만 상호 협력하고 협조할 부분이 많다는 필요성은 확인한 것으로, 이후 '초광역 경제동맹' 합의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 '초광역 경제동맹'.. 해오름 동맹이 모델?
‘해오름 동맹’은 동해남부의 거점도시인 울산과 경주, 포항이 도시 간 상생협력체를 말한다. 울산 간절곶, 경주 문무대왕 수중릉, 포항 호미곶의 공통점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일출 명소인데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3개 도시는 지난 2016년 6월 울산~경주~포항 고속도로의 개통을 계기로 ‘해오름 동맹’을 맺었다. 인구 200만 명, 경제규모 95조의 메가시티(Megacity)로의 도약을 기대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지난 2017년 7월 상생협의회의 운영규약의 제정과 고시하면서 본격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포항의 제철산업과 울산의 자동차, 조선 산업 등 제조업, 관광 휴양도시이자 자동차 부품생산 협력업체가 산재한 경주가 상호 협력과 공생을 추구하는 형태이다. 여기에다 울산~경주 경계 지역의 상수도 설치 등 도시기반시설까지 협력을 확대하면서 현재는 산업·R&D, 문화·관광, 도시인프라 등 3개 분야에서 상호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부울경 3개 시도지사는 이번 ‘초광역 경제동맹’의 추진을 위해 공동회장을 맡기로 했으며, 초광역 연합추진단을 만들어 부산에 전담사무국을 설치키로 했다. 부산 3명, 경남 3명, 울산 3명의 담당 공무원을 파견해서 부울경 공동 사업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이 상태라면 ‘특별연합’과 비교해 통합단체장, 사무소 설치, 연합의회 구성 등 대규모 재원과 인력 없이도 경제 협력이 가능한 ‘해오름 동맹’과 같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 행정통합에 경남도와 부산시 공감?.. 울산시는 반대
부산시의 경우 특별연합이 무산될 경우 정부로부터 사실상 약속을 받았던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건설 등 70개 과제, 35조원에 해당하는 지역 사업과 예산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부산시로서는 어떤 행태이든 3개 시도가 협력 관계에 놓여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 동맹은 물론 경남도가 제시한 '행정통합'도 충분히 논의 하겠다는 게 기존 입장이었다.
부산시는 결국 한 발 더 나아가 경남도와 2026년 행정통합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기로 이번에 합의 했다. 사실 행정통합은 현행법상 특별연합 보다 더욱 추진이 어려운 과제이다. 따라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경남도와 부산시 간 협력 관계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풀이하고 있다.
울산시는 경남도가 제안한 행정통합에는 반대 입장이다. 단적인 예로 울산시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대규모 공단에서 나오는 막대한 세수를 포기할 수 없다. 울산 발전의 근간이 되는 곳간을 남에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지역 민심을 고려해 행정통합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울경 특별연합 무산을 가정 하에 해오름 동맹 강화를 공언해 왔다.
■ 대통령 공약까지 무산되나.. 정부의 입장은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권역별 5대 '초광역 메가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20일 국회에서 '지역 맞춤형 민생밀착형 공약'의 첫 순서로 이러한 지역균형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수도권 쏠림, 지방소멸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라며 "경제권역별 5대 초광역권 메가시티를 추진해 고속 교통망과 초고속통신망을 확충하고, 성장거점을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 이후 상황은 돌변했다. 같은 당 소속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이 특별연합 속도 조절에 나섰다가 이후 사실상 부울경 특별연합 탈퇴를 선언했다. 실익이 없다는 자체 분석을 근거로 삼았다. 부산시만 좋아지고 나머지 2개 시도는 예산만 허비하는 불리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3개 시도 모두 특별연합을 버리고 새로운 행태의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으로 정리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처럼 무산 분위기가 고조되자 지난 7일 부산·울산·경남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 추진을 위해 3개 시·도 단체장들을 만나 중재에 나섰다.
이 장관은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시를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장관은 세 단체장의 의견을 듣고 부울경 특별연합 추진 취지를 설명하며 다시금 협력을 요청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이 장관은 앞서 지난 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울경 메가시티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므로 행안부에서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공은 정부한테 넘어간 상황이다. 정부가 부울경 3개 시도의 이 같은 결정을 수용할 경우 파장은 불가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경남도와 울산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에서는 '부울경 특별연합 정상추진특별위원회'를 지난 10일 출범시켰다. 정쟁으로 확전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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