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형마트 매장서 피켓시위 벌인 노조... 대법 "개방된 공간, 주거침입 아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3 18:16

수정 2022.10.13 18:16

홈플러스 강서점 노조원 7명
사장 방문하자 해고·전보 항의
대형마트의 한 지점을 방문한 대표이사에게 해고와 전보 인사발령에 항의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가 피켓시위 등을 한 노조 조합원들에게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업무방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 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8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등 7명은 2020년 5월 8일 오전 11시께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 방문한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에게 해고와 전보 인사 발령에 항의하기 위해 매장 2층으로 들어갔다 업무방해와 공동주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 등은 2층 매장에 다수 손님과 직원들이 있는 상태에서 '부당해고'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약 30분간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을 따라다니며 "직원들이 아파한다. 부당해고 그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들은 노조원들의 인사발령 및 해고 문제로 홈플러스 본사와 분쟁 중인 상태였다. 이 분쟁 상황에서 본사에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판단, 지점을 방문한 대표이사를 찾아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들이 매장에 들어가 피켓시위 등을 한 것은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 것으로 건조물의 평온을 해쳤고, 고성 시위를 한 것은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출입이 개방된 마트 매장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매장에 들어간 행위가 관리자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개방된 장소인 대형마트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또 이들이 매장에서 대표이사 등을 따라다니며 피켓시위와 고성을 질러 '위력'에 따른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해자 등에게 욕설, 협박을 하지 않고 존댓말로 요구사항을 외쳤고,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이들의 육성이 현장점검 업무를 어렵게 할 정도의 소음이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볼 때,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