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나도 검찰 기계적 항소
검사 과오 따지는 '평정' 있지만
대부분 '검사 잘못 없음' 결정
검사 과오 따지는 '평정' 있지만
대부분 '검사 잘못 없음' 결정
#. A씨는 2013년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피해자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한 혐의였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2014년 7월에서야 대법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혐의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확정받았다. A씨는 2015년 182일간의 구금기간에 대한 보상과 변호인 선임 비용 등 총 283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들에게 지급되는 형사보상금이 매년 편성된 예산을 초과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보상금은 형사 피의자·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국가에 청구하는 보상금이다. 이처럼 매년 형사보상금 지급 액수가 늘면서 검사들의 수사 책임성과 공정성을 재고할 수 있는 형사사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늘어나는 형사보상금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형사보상금은 443억원이었다. 이는 당초 형사보상금 예산으로 편성된 400억보다 43억원 많은 금액이다. 이 중 재심 사건 무죄로 지급된 형사보상금은 총 1074건 286억2100만원이었고, 피고인으로 구속됐다가 최종 무죄 판결이 확정돼 지급된 형사보상금도 229건 92억2400만원에 달했다.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들에게 지급된 형사보상금도 같은 기간 53건으로 14억9400만원으로 나타났다.
형사보상금 지급 액수는 매년 예산을 초과해 집행되고 있다. 2017년에는 360억3900만원의 형사보상금이 지급돼 예산보다 22억9700만원 초과 집행됐고, 2018년에는 35억3000만원, 2019년 69억2600만원, 2020년 45억9400만원이었다. 부족한 예산은 검찰청 시설운영비나 마약 수사나 생활침해사범 단속 등에 편성된 예산을 갖다 썼다.
■무죄 평정제도는 '유명무실'
형사사건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검사의 과오 여부를 따지는 무죄 평정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형사보상금 집행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검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검사 과오를 가리는 과정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사실상 수사를 지휘한 검찰 수뇌부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경우 검찰의 기계적 항소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 형사사건 당사자들의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무죄 판단을 내리는 판사들도 법률 전문가인 만큼 항소심, 상고심까지 수년간 형사사건 피고인으로 남아 있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최근 무죄 평정 시 '과오 없음' 결정이 늘고 있는데, 법원과의 견해차라는 이유로 혐의 입증에 실패했음에도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공소권남용 여부에 대한 사후적 검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사전에 검사의 공소제기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