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과 사드 등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첫 출발점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진솔한 심정을 갖고 상대방을 생각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중관계 전문가인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도봉구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사회의 선결과제 제언:한국의 중국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국제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선 고사성어 '역지사지' 입장에서 오늘날에 처한 양국간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게 첫 걸음"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한한령, 사드 배치 등을 놓고 한중관계가 여전히 냉각기에 머물러 있는 만큼 이 부분을 포함해 한중관계를 점차적으로 개선하려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진정성을 갖고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고 양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 회장은 주제발표에서 "국제(인간)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선 '역지사지'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오늘날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 외교는 과연 어느 시기의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가. 열린 사고로 편견, 선입견, 오해의 최소화 등 무한 변화와 유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회장은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하는 각종 언론 보도의 자제를 촉구했다. 일부 언론에서 실제 팩트와는 다른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도하면서 오히려 중국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하는데, 이는 결코 한중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게 우 회장의 판단이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미중 충돌시기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주제발표에서 "미중 충돌시기 일부 한국 언론의 중국에 대한 보도들은 '시진핑 대관식 준비 본격화' 등 중국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대중국 보도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대전 이후 체제를 예로들며 '샌프란시스코 체제'(1951년)는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동맹체계이자 중국과 북한에 대한 적대적 진영체제를 의미하며, '키신즈시스템'(1972년)의 경우 미중 수교를 축으로 한 글로벌 분업시스템, 탈군사주의적 협력시스템, 일국양제 및 안미경중을 만들어 낸 이중체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후체제는 샌프란스시스코 평화조약을 바탕으로 구축된 샌프란시스코체제와 키신저 협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키신저시스템의 복합체"라고 봤다.
이어 등단한 이국봉 전 상하이 교통대 교수는 '한국의 중국인식'이란 주제발표에서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공동 모색하고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나가야 함에도 불구, 정치적 신뢰를 등한시하고 경제만 중시하는 동시에 한중 갈등 뇌관을 자극하는 언론의 사드 중심의 잇딴 보도 행태 등을 양국간 갈등 지속의 원인으로 꼽았다.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대중이 오독하는 중국' 주제발표를 통해 "한중 언론과 학계에선 중국의 프로젝트를 '동북공정'으로 불렀지만, 공식 명칭은 '동북 변강 역사와 현상 시리즈 연구 프로젝트다"라며 "실제로 중국어의 공정은 국가, 즉 공산당이나 행정부가 추진, 집행하는 비영리, 장기적, 대규모 사업을 가리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없이 공정을 한국 한자 독음에만 의존해 번역없이 수용해 한국사회 내부에서 공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결여될 수 밖에 없었고, 이 같은 언어 활용은 한중 문화갈등의 특정한 측면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는 게 임 교수의 판단이다.
또 "중국 공산당이나 정부가 김치와 한복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펼치거나 관련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한국사회에선 이를 '공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며 "'한글공정', '김치공정', '한복공정' 등을 통칭한 '문화공정'이 통용되는 등 한국과 중국의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특히 한중관계가 냉각기에 있는 동안에도 오히려 한국의 k콘텐츠의 대중국 수출은 늘어났다고 소개한 뒤 한국내에서도 여전히 중국 드라마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양국간 문화 교류에 대한 소구력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양국간 문화교류가 정치적 갈등 해소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보조기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주제발표후 참석자들과 패널들은 토론을 통해 한중간 오해와 갈등에서 비롯된 다양한 사례 등을 놓고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오해를 털고 양국간 발전적인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선 양국간 정부는 물론 민간차원에서 활발한 교류를 비롯해 문화공정 등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한 실체적 접근을 토대로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함께 중국내 한류 진출 현황을 비롯해 반도체 등을 둘러싼 미중간 패권다툼에 대한 치열한 논의도 오갔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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