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광명=강근주 기자】 ‘벨로드롬의 타노스’ 임채빈 연승행진이 질주를 멈추지 않을 기세다. 경륜계 일각에선 대항마로 선두유도원 조기 퇴피제도 부활과 정종진 선전을 거론하고 있다.
작년 9월17일부터 시작된 임채빈 우승기록은 해를 넘어 10월9일 일요결승까지 무려 78연승째다. 이는 그동안 불멸의 기록으로 여겨졌던 정종진의 50연승에 무려 28승을 더한 수치다. 상황이 이쯤 되니 팬들은 이제 그가 쌓아놓는 숫자의 대한 관심도 크게 떨어졌다. 그저 100연승도 가능하지 않을까? 또는 숫자(기록)보다 누가 과연 연승기록에 한 번쯤 제동을 걸어줄 것이냐에 쏠려있을 정도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스타 출현은 언제나 화제를 몰고오지만 개인 또는 특정 팀의 일방적인 그것도 오랜 독주는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키는 면이 있다. 경륜도 분명 스포츠 산업인 만큼 흥행에서 일부 저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뻔한 스토리 뻔한 결말은 식상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임채빈 연승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정종진 패배는 보는 이들에게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정종진은 이날(10월3일 결승16경주) 동서울 대표 삼인방을 상대로 초반 라인을 끊어놓는 작전까진 좋았지만 경기 후반 지나치게 스퍼트 타이밍을 좁히려다 뒤에서 역습을 감행한 정해민-전원규 벽에 막혀 2위를 기록했다.
정종진은 직전 경기까지 23연승(대상 1회 우승 포함)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오랜 기간 공백을 가진 선수치곤 분명 기대 이상 성과다. 단지 임채빈의 눈부신 기세에 가려졌을 뿐이다. 그래서 경륜계 일각에선 ‘정종진 기대는 갔다’를 ‘역시 정종진’이란 찬사로 바꿔놓았다고 거론했다.
물론 같은 주 아예 초주 선행까지 나서는 등 마치 연습하듯 4승을 가볍게 쓸어 담은 임채빈과는 경기 내용에서 제법 차이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는 상대가 누구이든 본인이 원하는 작전을 맘껏 구사하고 아무리 기세가 좋은 강자라도 과감히 뒤로 붙여 ‘잡을테면 잡아 봐라’ 식 정공법을 택하는 임채빈, 반면 경쟁자를 견제하거나 가급적 전면에 두고 활용하려드는 정종진 작전을 두고 하는 평가다.
하지만 정종진은 아직도 추입력만큼은 당대 최고로 손꼽힌다. 이르면 이달 말 또는 연말에 펼쳐질 대상에서 통산 5번째 대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이 작전이 먹히면서 이전 4연속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할 듯하다. 희망은 있다는 게 주위 반응이기도 하다.
한편 벨로드롬 안팎에선 과거처럼 선두유도원이 조기 퇴피하는 제도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현재 한 바퀴 반 부근에서 퇴피하던 유도원이 약 두 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퇴피한다는 것이다.
반 바퀴에 불과하지만 이 과정에서 레이스 흐름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 특히 선행형 간 다툼이 활발해지면 빈공간이 생기게 되고 마크 추입형 역시 반전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반면 이렇게 도전세력 움직임이 증폭되면 축으로 꼽히는 선수는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임채빈이 제 아무리 강자라지만 무려 두 바퀴를 끌어서도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로 임채빈이 데뷔 후 2패는 모두 기습이나 몸싸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선두원 조기퇴피제가 시행된다면 이런 전개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경륜 전문가 다수는 전망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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