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뉴스1) 김도용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울산 현대의 지긋지긋한 '2인자 트라우마'를 걷어내며 17년 묵은 우승의 한을 풀었다.
울산은 1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에서 2-1로 이겼다.
이로써 울산은 22승10무5패(승점 76)를 기록, 아직 1경기를 덜 치른 2위 전북 현대(19승10무7패‧승점 67)과의 격차를 9점으로 벌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3년 동안 준우승만 연달아 기록했던 울산은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17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어냈다. 구단 역사상 3번째 리그 우승이다.
울산이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역시 '위닝 멘탈리티'로 정리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다.
사실 울산은 전력만 놓고 보면 이번 시즌은 물론 최근 꾸준히 우승후보로 꼽힐 정도로 강했다. 문제는 승부처에서 번번이 자신들의 벽을 넘지 못했던 아쉬운 정신력이었고, 그로 인해 축적된 패배 의식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 "최근 3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친 부분을 다각도로 연구했는데 해답이 딱히 나오지 않았다. 그저 실력이 부족했을 뿐"이라며 "기술적인 부분도 실력이지만 정신적인 부분도 실력이다. 2가지가 모두 강해야 좋은 팀이 되고, 우승을 할 수 있다"며 정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울산이 가장 아쉬웠던 상대는 우승 경쟁을 했던 전북이었다. 울산은 올해를 제외한 지난 5년 동안 울산은 라이벌 전북과의 파이널A 맞대결서 1무4패로 너무 약했다.
다른 팀들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선두 경쟁을 벌이는 팀과의 '승점 6점짜리' 맞대결선 매번 패했으니 정상에 오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잘 해도 결국 전북 앞에서는 안 된다는 자책과 절망도 점점 커졌다.
실제로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부임한 뒤 선수 보강과 전술 보완 등에 못지않게 전북전 멘탈 관리에 신경을 썼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았고 거친 신경전에서도 밀리지 않도록 승부욕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은 마지막 해결책을 찾아냈다. 울산은 지난해 5월19일 전북 원정에서 4-2로 대승, 전북전 7경기 연속 무승(3무4패) 사슬을 끊었다.
이후 울산은 전북과 승패를 나누며 팽팽하게 맞서는 팀이 됐다. 지난 8일 사실상 우승 결정전이었던 파이널 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짜릿한 2-1 역전 승리를 거뒀다. 과정도 드라마 같았다. 울산은 후반 45분까지 0-1로 뒤졌으나 추가 시간에 터진 마틴 아담의 2골을 앞세워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만약 패했다면 승점이 2점 차로 좁혀져 다시 악몽이 되살아날 수도 있었다. 이전의 울산이 겪어야 했던 시나리오다.
하지만 울산은 중압감 큰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면서 우승의 9부 능선을 넘는 큰 수확을 챙겼다. '홍명보호' 울산은 이제 승부처에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 상징적 순간이기도 했다.
울산의 주장 이청용 역시 전북전 이후 "감독님이 오시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멘털 부분이 좋아졌다. 감독님이 계신 덕분에 선수들이 확신을 갖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며 홍 감독의 존재감이 팀의 정신력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긋지긋한 트라우마에 울고 또 울었던 울산이다. 홍명보 감독은 그 패배 의식을 걷어냈고 우승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팀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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