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프로축구 신인 최초 MVP,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이어 올해 울산의 리그 우승 한풀이 지휘
빌드업·전방위 압박 등으로 울산 축구 한 단계 업그레이드
'10년마다 대운' 홍명보, 2022년은 '17년 만의 울산 우승 감독'1992년 프로축구 신인 최초 MVP,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이어 올해 울산의 리그 우승 한풀이 지휘
빌드업·전방위 압박 등으로 울산 축구 한 단계 업그레이드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2022년 임인년, 호랑이의 해를 시작하며 축구 팬들 사이에서 '홍명보 10년 주기 대운(大運)설'이 화제가 됐다.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였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 홍명보(53) 울산 현대 감독에게 10년마다 대운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포항제철(포항 스틸러스의 전신)에 입단한 홍명보가 신인 최초로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1992년이 시작이다. 그해 포항제철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홍명보는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하며 '4강 신화'를 함께 썼다.
스페인과 8강전에서는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서 4강행을 확정지은 홍명보는 대회 MVP 3위 격인 브론즈볼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받았다.
이후 또 10년이 흐른 뒤인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참가해 우리나라의 역대 최고 성적인 동메달 획득을 지휘했다.
그러고 나서 10년이 지난 게 호랑이해인 올해다.
홍명보 감독의 10년 대운설은 자연스레 소속팀 울산과 연결이 됐다.
팀명에 호랑이가 들어 있었고, 팀 상징동물이 호랑이인 울산 구단에는 과학적 근거는 없어도 내심 반가운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올해는 홍 감독에게, 그리고 울산 구단에 잊지 못할 한 해가 됐다.
홍 감독이 울산의 17년 묵은 K리그 우승의 한을 풀어준 것이다.
울산은 16일 강원FC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남은 정규리그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2022시즌 K리그1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울산이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 챔피언이 된 것은 2005년 이후 무려 17년 만이자 1996년을 포함해 통산 세 번째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을 포함해 리그 역대 최다인 통산 10번이나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울산으로서는 감격스러운 우승이다.
프로팀은 물론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국가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았던 홍 감독에게는 사령탑으로 일군 첫 우승이기도 했다.
아울러 홍 감독은 조광래, 최용수, 김상식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선수와 사령탑으로 모두 K리그 우승을 경험하게 됐다.
홍 감독은 2020년 12월 울산의 제11대 사령탑에 올랐다. 울산이 김도훈 전 감독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한 직후였다.
홍 감독이 K리그 팀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홍 감독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U-20) 이하 월드컵(8강),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에서 태극전사를 지휘했다.
2016년부터 2017년 5월까지는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의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 2017년 말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발탁돼 3년 동안 축구 행정가로 일하다 울산 감독에 선임됐다.
지난해 홍 감독은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이 시즌을 맞이해야 했다. 그런데도 리그 5연패에 도전한 전북에 맞서 최종전까지 우승 경쟁을 끌고 갔다.
비록 울산은 또다시 리그 준우승에 머물렀고, ACL과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는 4강에서 멈춰 '무관'(無冠)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최후방에서부터 세밀한 패스로 공격을 완성해가는 빌드업과 전방위 압박을 중심으로 울산의 축구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2022년은 비로소 홍 감독이 선수단 구성부터 온전하게 한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던 해다.
울산은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이동경(한자 로스토크), 오세훈(시미즈), 윤빛가람(제주), 데이브 불투이스(수원) 등이 이적했지만 국가대표 주전 중앙수비수 김영권을 시작으로 엄원상, 레오나르도, 아마노 준 등을 영입해 새 판을 짰다.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공격을 풀어가던 홍 감독은 우승을 위해서는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고 보고 여름에는 헝가리 국가대표 출신의 마틴 아담을 영입해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삼았다.
올 시즌 엄원상은 12골 6도움, 레오나르도는 11골 4도움, 아마노는 9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이적생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아담은 13경기만 뛰고도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홍 감독의 기대에 화답했다.
특히 아담은 울산이 사실상 우승을 예약한 전북과의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멀티골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사흘 전 FA컵 준결승에서 전북에 1-2로 패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던 가운데 홍 감독은 이날 후반 29분 오른쪽 풀백 김태환을 빼고 아담을 투입하며 미드필더 이청용을 김태환 자리로 돌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홍 감독이 원했던 '게임 체인저'로서 임무를 멋지게 해냈다.
마틴 아담은 강원전에서도 결승을 포함해 1골 1도움의 활약으로 울산의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울산 구단에 따르면 홍 감독은 선수들의 성격에 따라 지도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선수까지 성격유형검사(MBTI)를 받게 할 만큼 세심하게 선수단을 관리한다.
하지만 선수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던 홍 감독이 라커룸에서 선수단에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이 구단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다.
올해 4월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ACL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기고 나서였다.
홍 감독은 결과를 떠나 가벼운 충돌에 쓰러진 뒤, 그리고 실점하고 난 뒤 손들고 심판만 쳐다본다고 울산 선수들의 자세를 지적한 뒤 "이게 팀이야?"라고 호통치면서 앞에 있던 여행용 가방을 걷어차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는 "홍 감독이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봤다"면서 "홍 감독이 지적한 부분은 K리그에서도 보이곤 하던 오래된 버릇이라 쉽게 고치기 힘들 텐데 이후 선수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울산은 ACL은 조별리그에서 마쳤지만, K리그에서는 3월 6일 원정 경기로 치른 전북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해 선두로 올라선 뒤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우승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풀어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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