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플랫폼 알로 홍용남 대표
원격근무 스타트업 창업 실패후 미국행
전세계 40만명 이용하는 업체로 키워
코로나 계기로 '하이브리드 워크' 주목
"사무실 안가도 팀워크 유지되도록 구현"
원격근무 스타트업 창업 실패후 미국행
전세계 40만명 이용하는 업체로 키워
코로나 계기로 '하이브리드 워크' 주목
"사무실 안가도 팀워크 유지되도록 구현"
【파이낸셜뉴스 샌프란시스코(미국)=홍창기 특파원】 "한국에서 원격근무 스타트업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했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네가 회사 근무를 안 해봐서'였다. 어떤 분들은 아집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원격근무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스물세 살이던 2014년 한국에서 야심차게 창업했지만 쓴맛을 봤다가 미국 실리콘밸리로 넘어와 성장하고 있는 알로의 홍용남 대표가 회상한 창업 당시의 어려움이다.
실패에 굴복하지 않고 홍 대표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협업 워크스페이스 플랫폼 알로를 전 세계 40여만명이 이용할 만큼 크게 키워냈다. 누적 투자금액도 100억원이 넘는다. 이름을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줌(Zoom) 같은 곳에서도 알로에 투자했다. 알로는 사무실에 주요 일정을 적어놓고 회의 때 사용하는'화이트보드'에 착안해 소프트웨어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2019년 알케미스트 액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은 후 알로는 본사를 서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홍 대표는 "시장도 있고 고객도 있고 비전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의 성공은 없다"
그는 자신의 실리콘밸리 정착을 설명하며 이곳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에 대한 조언을 했다. 홍 대표는 "자신이 이 곳에서 성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공이라는 단어 대신, 정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넘어와 '오버나이트 석세스'(하루 아침의 성공)를 하겠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처럼 '빨리빨리'가 통한다면 미국이 아니다. 조금씩 정성스럽게 그 무엇인가를 쌓아가야 한다"고 했다. 신뢰를 쌓아야 투자를 받든지 제휴를 하게 되는데 그러려면 핵심적인 한 방, 실력도 아주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스탠퍼드대 등 명문대를 졸업한 다음 실리콘밸리의 트렌드를 깊이 파악하고 창업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패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미국과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 혜성처럼 실리콘밸리에 등장해서 미국이 원하는 니즈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욕심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관계를 만들고 증명을 해야 한다. 이곳은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존중해도 존경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서로 믿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은 다르다. 투자를 받기 위해 매달 상황을 업데이트해야 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생활방식이 급변한 것처럼 혁신은 인류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는 그 불이 계속 발견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모두가 왜(Why)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어떻게(How)가 자연스럽게 뒤따르며 혁신이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터기반으로 승부할 것"
홍 대표는 최근 코로나 앤데믹 상황에서의 근무환경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는 "코로나로 일의 방식이 바뀌었는데 지금은 또다시 일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같은 사무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업무수행 방식인 '하이브리드 워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커뮤니케이션이 부담되지 않고 팀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 팀워크가 유지되는 것을 우리 알로의 소프트웨어로 구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전통적인 업무가 많은 미팅으로 이뤄졌는데 이제는 그것이 바뀔 것"이라면서 "우리는 '데이터 드리븐(기반)'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팀원의 업무와 성격 등을 데이터화해 알로만의 업그레이된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말부터 '데이터 드리븐' 제품, 그중에서도 하드웨어를 먼저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특정 기업이 알로의 타깃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50명 이하의 기업,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업이 자신들의 플랫폼이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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