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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N극화 심화 ‘평균 실종’ 시대…셀럽된 초딩 ‘알파세대’ 뜬다 [정순민의 종횡무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6 19:18

수정 2022.10.16 21:54

스페셜 리포트
2023년 트렌드 전망 'RABBIT JUMP'
오피스 빅뱅 승진체계 더이상 매력 없어
체리슈머 작고 유연한 소비로 실속 챙겨
불황 지속, 플랜B C 마련하는 지혜 필요
소비 N극화 심화 ‘평균 실종’ 시대…셀럽된 초딩 ‘알파세대’ 뜬다 [정순민의 종횡무진]

소비 N극화 심화 ‘평균 실종’ 시대…셀럽된 초딩 ‘알파세대’ 뜬다 [정순민의 종횡무진]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는 책들이 있다. 내년에 유행할 트렌드를 미리 예측해보는 전망서들이다. 김난도 교수(서울대 소비자학과)가 지난 2008년 처음 내놓은 이후 15년째 책을 묶어내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미래의창 펴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세계미래보고서'(비즈니스북스), '라이프 트렌드'(부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싱긋), '촉'(메디치) 시리즈 등이 있지만 '트렌드 코리아'의 인기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지난 5일 서점에 깔린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대형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올해도 '대표 트렌드 분석서'로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2023년 키워드는 RABBIT JUMP

'트렌드 코리아 2023'(사진)은 내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뛰는 토끼(RABBIT JUMP)'를 제시했다. 최근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대표 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래빗 점프'를 내년의 키워드로 정했다"면서 "2023년 예상되는 경제적·지정학적 위기에 대비해 토끼의 지혜와 총명함이 발휘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사자성어가 '교토삼굴(狡兎三窟)'이다. 교토삼굴은 '사기(史記)' 맹상군열전에 나오는 말로, '꾀 있는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뜻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물가폭등, 전쟁 등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넘어서기 위해선 플랜A뿐 아니라 플랜B, 플랜C도 함께 마련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리스크 헷징(Risk Hedging)을 잘 하자는 의미도 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12지간지에 맞춰 한 해를 대표하는 두운(頭韻)을 먼저 정하고, 알파벳 10글자로 된 이 키워드의 머리글자에 따라 10개의 트렌드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면 소띠 해였던 2021년엔 COWBOY HERO를, 호랑이의 해였던 2022년엔 TIGER OR CAT을 키워드로 정하고, 여기에 맞춰 그해를 이끌어갈 10개의 트렌드를 살펴보는 식이다. 이러다보니 10개의 트렌드를 설명하는 영문 설명이 간혹 억지스럽고 낯설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 해의 흐름의 짚어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평균 실종과 오피스 빅뱅의 시대

'트렌드 코리아 2023'이 첫손에 꼽은 내년 트렌드는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이다. 양극화, 더 나아가 취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N극화' 등으로 더는 통상적인 평균 기준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고금리가 예상되는 내년 일부는 이자 소득이 늘고, 일부는 부채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게다가 사람들의 취향도 각자 너무 달라져서 이젠 평균을 내는 것 자체가 쉽지도 않고 의미도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이런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선 △한쪽으로 색깔을 확실히 하는 '양자택일' 전략 △소수집단에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초다극화' 전략 △경쟁자들이 절대 모방할 수 없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승자독식'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책이 지목한 두번째 트렌드는 '오피스 빅뱅'(Office Big Bang)이다. 평생직장 문화가 사라져 사원에서 대리, 과장, 부장을 거쳐 임원이 되는 승진체계가 젊은 직장인들에게 더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트렌드 코리아 2023'의 진단이다. 그리고 또 이는 팬데믹 이후 일터로의 복귀를 거부하는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나,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현상을 아우르는 개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3년 내 이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한때 커다란 인기를 누리던 공무원도 퇴직률이 일반 회사보다 더 높아졌다"며 "직장에서 뼈를 묻고, 퇴직 후에는 연금을 받는 직장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체리슈머와 알파세대에 주목하라

사람(소비자)에 늘 관심을 가져왔던 '코리아 트렌드' 시리즈가 올해 주목한 이들은 체리슈머(Cherry-sumers)와 알파세대(Alpha Generation)다. 체리슈머란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기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에서 파생한 신조어인데, 이들의 등장은 세계경제 전체가 현대판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지금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침체기엔 이른바 '짠테크' 소비가 확산하게 마련이지만, '작고 유연한 소비'를 원하는 체리슈머의 행태는 그것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딱 맞춰 구매하는 '조각 전략'으로 실속을 챙기고, 함께 모여 소비하는 '반반 전략'으로 절약을 도모하는, '똑똑하고' '깐깐한' 소비자라는 게 김 교수와 저자들의 생각이다.

지난해 'X세대의 귀환'을 점쳤던 책이 이번에 전면에 내세운 세대는 '가장 나이 어린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알파세대다. 그들은 198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M) 세대의 자녀 세대로 1995~2009년생을 일컫는 Z세대의 다음 세대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은 어려서부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성장한 진정한 의미의 첫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알파세대가 아직 구매력이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의 집중 지원을 받는 세대여서 관련 시장도 크고 고급스럽다"며 "이 세대는 자신들 모두가 셀럽,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보다 돋보이려고 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이밖에도 △목적지향적 만남이 대세가 되는 '인덱스 관계(Index Relationships)' △불황기의 새로운 수요 창출 전략을 뜻하는 '뉴디맨드 전략(New Demand Strategy)'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하는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 △요구하기 전에 미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제적 대응기술(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매력적인 콘셉트와 테마를 갖춘 공간의 힘을 보여주는 '공간력(Magic of Real Spaces)' △젊음을 미화하고 우상시하는 분위기를 가리키는 '네버랜드 신드롬(Neverland Syndrome)' 등을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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