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수도 모스크바 거리를 순찰하며, 예비군 동원령 대상인 직장인과 노숙자 등을 무더기로 징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 시각) 해외 언론에 따르면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은 이날 모스크바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을 체포했고, 지난 13일 새벽에는 한 건설사 기숙사에 들이닥쳐 노동자 200여명을 끌고 갔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30대 남성 알렉세이는 "경찰 2명과 사복 차림의 군 관계자들이 사무실에 들어와 신분증을 요구한 뒤 '조용히 따라와'라고 명령했다"며 "(따라오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해 패닉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은 최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자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로비에서 징집영장을 집행하고, 사무실 건물이나 호스텔 등을 급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카페와 식당 출구를 막고서 징집 대상자가 있는지 수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남성들은 예비군 부분 동원령이 발동된 이후 징집을 피해 해외나 시골로 탈출하거나 도시 내 비밀스러운 곳에 숨어들었다. 러시아 이웃 국가들의 통계에 따르면 동원령 발령 후 지금까지 30만 명 이상의 남성과 그 가족이 러시아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원령 발표 후 지금까지 22만2000명이 징집됐다며 2주 이내에 징집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이어갈 것을 원하는 강경파들은 2차 징집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비군 동원령을 통한 이런 강제 징집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을 촉발해 사회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동원령 발동 후 징집된 병사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이들의 시신이 고향으로 들어오면서 반전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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