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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서 ‘총알받이’ 되는 러 신병들...훈련·보급품 없이 전선 투입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8 07:46

수정 2022.10.18 15:54

YEKATERINBURG, RUSSIA - OCTOBER 5, 2022: 징집된 러시아 군인. Donat Sorokin/TASS
YEKATERINBURG, RUSSIA - OCTOBER 5, 2022: 징집된 러시아 군인. Donat Sorokin/TASS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동원령을 통해 신병을 징집했지만, 훈련없이 전투에 투입됐다가 전사하는 신병이 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신병의 이 같은 실태를 폭로하는 동영상, 뉴스 등이 널리 퍼지고 있다.

동원 11일 만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으로 배치된 러시아 신병도 있었다. 한 신병은 NYT에 “사격 훈련은 딱 한 번 받았다. 당시 탄창은 3개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신병들이 군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행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행진을 지켜본 한 행인은 “신병들이 소총도 없고 군복이나 군화도 없다”며 “절반이 늙어보였고 숙취 등 건강에 이상이 있어 보였다. 구급차가 출동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다른 지역의 러시아군 훈련소 주변에는 징집된 장병의 가족들이 찾아와 울타리 너머로 군화나 베레모, 침낭, 음식 등을 전달하는 실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훈련 한 번 받지 않고 최전선에 투입된 신병도 있었다. 전차연대에 배속된 한 신병은 온라인에 퍼진 동영상에서 “신병을 위한 사격 연습은 없을 것이며, 이론 학습도 생략될 것이란 연대장 발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NYT는 9월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러시아가 국민을 닥치는 대로 징집하고 있으나 막상 이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 체계는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사실상 ‘인간방패’, ‘총알받이’로 신병을 내몰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의 전 애널리스트인 글레프 이리소프는 러시아가 전쟁 중 군사 전문가를 많이 잃었다며 "이제 신병을 훈련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훈련은 곧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이었던 신병의 전사로 이어지고 있다. 전쟁을 찬성했던 현지 한 군사 블로거마저 “동원령의 결과는 훈련받지 않은 이들이 최전선으로 내던져진 것”이라며 “관이 이미 도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당국은 지난 13일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신병 다수가 전사했다고 발표했다. 그중 5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사자 지인은 BBC러시아에 전사자들이 “인간 방패처럼” 전선으로 보내졌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러시아투데이(RT)의 한 기자도 훈련 없이 전투에 투입된 28세 신병이 징집된 지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NYT는 러시아가 군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국방과학연구소의 러시아 분석가인 요한 노르베리는 “러시아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러시아는 시간을 들여 제대로 된 병사를 양성하며 그동안은 전투에서 패배하는 것을 감수하거나 또는 당장 필요에 따라 낮은 수준의 신병을 전투에 투입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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