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경남에서 IT부품 제조기업을 운영중인 A 대표는 연말 특별연장근로 폐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별연장근로가 폐지되면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납기일을 제때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A 대표는 "지방이라 사람 구하기도 힘든 판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까지도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인력부족으로 제때 제품을 만들어 납품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문제는 근로자들이다. 그동안 근무시간 연장으로 수당을 더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일을 못해 월급이 깎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인력유출 문제가 벌써부터 우려된다.
당장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상황에서 인력유출과 경영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되면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같다'며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금도 사람 구하기 힘든데" 인력 유출·경영악화 우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추가로 허용해온 예외조항이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는 영세 사업장의 경우 사유와 기간, 대상 근로자의 범위를 정해 한시적으로 1주 8시간의 연장 근로를 추가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제도다.
문제는 연말에 폐지되면 대다수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5~29인 제조업체 4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 결과, 응답 기업 중 75.5%가 '마땅한 대책 없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문제다. 주52시간 초과기업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실태와 관련, 67.9%는 현재 제도를 사용 중이고, 23.1%는 사용한 적이 있다고 조사돼 대다수(91.0%)가 제도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다. 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 중이지 않은 업체의 68.0%도 앞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해 5~29인 제조업은 해당 제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일몰 도래시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일감을 소화 못해 영업이익 감소(66.0%)가 가장 높게 조사됐으며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 이탈 및 인력부족 심화(64.2%) △납기일 미준수로 거래 단절 및 손해배상(47.2%) △생산성 하락 및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 계약 배제(20.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해 절반 이상(51.3%)이 ‘일몰 반대, 제도 유지’라고 응답했으며, 1~2년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도 22.0%로 나타났다.
中企·소상공인 "최소 1~2년 연장해달라" 읍소
중소기업 뿐 아니라 소상공인들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에서 채 회복하기도 전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일자리 양극화와 임금 양극화까지 야기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음식점을 운영중인 B 대표는 "소상공인의 상당수는 감당하기 힘든 임금을 지불함에도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모순적인 현실에 처해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갑자기 종료될 경우,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해 근근히 영업을 이어온 소상공인은 사업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일부이지만 근로자들도 8시간 연장근로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일을 못하면 그 만큼 월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기도 제조기업 근로자는 "업종 특성상 근로자들이 10여년 이상 주52시간 넘는 근무를 해오고 있으며 이들은 개개인의 사정상 장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월급이 줄어들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들에게 또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행정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추가 채용이나 유연근무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현재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인력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몰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1~2년 이상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 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특별연장근로제도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고려해 현행 제도를 존속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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