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어텀실내악페스티벌 '디어; 친애하는' 20~23일 공연
"규모 확장보단 좋은 연주와 음악이 첫번째"
포항음악제 예술감독도 맡아…"잘 자라주길"
가을에 만날 수 있는 실내악 축제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이 올해 '디어(Dear); 친애하는'을 주제로 관객과 만난다.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과 리사이틀홀에서 열린다. 첼리스트 박유신이 예술감독으로 축제를 이끌고 있다.
지난 17일 예술의전당 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올해는 특히 연주자와 관객이 교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많이 준비했다. 다른 곳에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곡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텀 축제만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그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들로 선별했다. 첫날은 '가을밤의 러브레터'를 띄우듯 '사랑 시(Love Poem)'가 소주제다. 슈베르트가 19세 무렵 첫사랑의 동생이 부탁해 작곡한 유일한 피아노 사중주로 시작한다. 쇤베르크 현악육중주 '정화된 밤', 브루흐의 유일한 피아노 오중주 등도 들려준다. 다음날은 오펜바흐, 라벨, 포레 등 프랑스 작곡가들로 꾸며진 '파리지앵'이다.
공연의 대미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살롱콘서트가 장식한다. 쇼스타코비치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품, 시벨리우스의 현악삼중주, 드뷔시의 네 손을 위한 모음곡, 브릿지의 피아노 사중주를 위한 환상곡 등을 연주한다.
"실내악은 사람들과 더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이잖아요. 짧은 소품곡들만 모아서 해보는 것도 특별하다고 생각했죠. 보통은 대곡의 악장을 발췌하는데, 저희는 원곡 자체가 짧아요. 7곡 정도 나열해 연주하는데 드문 사례죠."
"유럽의 작은 도시들에서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잖아요. 마을 사람들만 참석해도 음악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며 서로 어울리고 즐거워하죠. 그런 축제가 한국에 있었으면 했어요. 그렇기에 규모를 키우고 싶은 건 아니에요. 양질의 연주와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게 첫 번째죠. 연주자들이 낯선 곡에 의아해했다가 공부가 됐다며 좋아할 땐 저도 뿌듯해요. 젊은 연주자들의 실험적인 도전과 시도도 이어갈게요."
박유신은 어텀뿐만 아니라 포항음악제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포항은 그의 고향이다. 최근 폐막한 포항음악제를 두 번째로 치러내며 또 한번 성장했다. 지난해 20여명 규모의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섰던 개막 공연은 올해 70여명 규모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변화했다.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어요. 목·금관 악기까지 연주자 모두가 일어서서 연주하는 것도 획기적이었죠. 특히 지휘자 없이 모두가 솔리스트처럼 자유롭게 연주하는 걸 구상했어요. 악장인 이유라 바이올리니스트를 비롯해 솔리스트인 연주자가 많았죠. 그래서 기존의 오케스트라들과 접근방식이 달랐어요. 신선했고, 다른 에너지를 뿜어냈죠."
사실 포항의 태풍 피해로 음악제 개최 취소도 각오했다. "올해는 포기할까 논의도 했어요. 실제 다른 축제들도 다 취소됐죠. 음악으로 위로한다는 말조차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음악은 다르다고 받아들여줬죠. 지역민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자며 개최가 결정됐고, 걱정보다 훨씬 많은 분이 찾아와 감사했어요. 포항음악제가 자리를 잘 잡고 쑥쑥 컸으면 좋겠어요."
"서로 의지를 많이 해요.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혼자 고민하지 않죠. 남편이 있어서 음악제들도 잘 해낼 수 있죠. 이젠 (페스티벌 등에서) 남편이 옆에서 연주할 때와 아닐 때가 달라요. 같이 할 때 가장 편하고, 다른 사람과 하면 어색하기도 해요.(웃음)"
두 신생 음악축제를 이끄는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길게 본다고 했다. "사람들이 처음엔 실내악을 어렵게 여기지만 직접 공연을 느끼고 나면 달라져요. 한국에선 화려한 오케스트라나 독주회에 비해 실내악이 주목받지 못하지만, 한번 입문하면 그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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