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원, '트랜스젠더' 외국인 난민 지위 첫 인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0 15:55

수정 2022.10.20 15:55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성 정체성에 따른 박해도 난민 인정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2부(김종호·이승한·심준보 부장판사)는 트랜스젠더인 말레이시아인 A씨가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생물학적 남성이었던 A씨는 10세 무렵부터 여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이 형성됐다. 15살 때부터 여성 호르몬제를 투약한 A씨는 2014년 지인의 결혼식 축하파티에 참석했다가 무슬림에게 적용되는 샤리아 형법상 '여성처럼 보이게 하고 그런 옷을 입은 혐의'로 다른 무슬림 남성 16명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950링깃(약 29만원)의 벌금과 7일의 구금을 선고했다.


2015년 10월 말레이시아를 떠난 A씨는 2017년 7월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했으나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는 "말레이시아로 돌아갈 경우 박해 받을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위협이 성 정체성으로 인한 부당한 사회적 제약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로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미국 국무부와 호주 외교통상부 등 다수 기관의 인권상황 보고서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말레이시아 국가적 수준에서의 지속적인 가해' 정황이 담긴 점, A씨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경험을 갖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이미 성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에서 처벌받은 A씨가 또다시 말레이시아에서 처벌받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점, 말레이시아 샤리아 형법의 '성소수자 처벌 규정'이 폐지되지도, 충분히 완화된 상태에서 집행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은 점 역시 근거가 됐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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