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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풀 특단 대책 시급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1 14:54

수정 2022.10.21 14:54

[파이낸셜뉴스]
레고랜드 건설 시행사의 부도로 기업 자금 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춘천 중도에 있는 레고랜드 놀이공원. /사진=뉴시스
레고랜드 건설 시행사의 부도로 기업 자금 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춘천 중도에 있는 레고랜드 놀이공원. /사진=뉴시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레고랜드는 강원도 춘천 중도에 문을 연 놀이공원으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아이원제일차′가 부도가 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긴축 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로 가뜩이나 위축된 자금 시장이 꽉 막힌 상황이다.

레고랜드 ABCP 2050억 원은 국내 증권사 10곳, 자산운용사 1곳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금액뿐만이 아니라 증권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을 갖고 있는데 연말까지 도래하는 만기 규모가 34조 원에 이른다.
만약에 차환발행에 실패하면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관련 증권사들의 주식은 최근 크게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자금 시장 전체로 번져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등 단기자금 발행 금리가 크게 올라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중소 건설사들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충남 지역 6위 종합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최근 부도를 냈다. 부도 위험이 있는 건설사와 하청업체들이 이밖에도 한둘이 아니어서 도미노 부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해는 건실한 기업들에까지 미치고 있다. JB금융지주와 SK렌터카가 회사채를 완판하지 못했다. 덩달아 회사채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3년물(AA―등급) 금리는 올 초 2.46%에서 5.5%로 올랐다. 최상위 신용등급인 한전채의 발행 금리도 5%까지 치솟은 상태다. 돈 줄이 막힌 기업들은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와중에 서울 여의도 금융가에는 모 증권사와 건설사가 부도가 난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번졌다. 금융감독원은 악성 루머를 퍼뜨려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가 적발되면 즉시 수사기관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불안 심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도 자금시장 경색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전체 금융시장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한다. 1조 6000억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이 첫 번째 카드다. 이 돈으로 CP 등을 매입해 급한 불부터 끄겠다고 했다. 증권사 등의 유동성 변화를 주시하고 문제가 커질 듯하면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 요구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조치도 6개월 유예키로 했다.

위기 상황을 넘기려면 이런 조치들로도 부족할 수 있다. 단지 레고랜드 사태로 작금의 자금 경색이 촉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건설을 포함한 경기의 침체는 이미 시작됐고 회복 시점을 점치기 어려울 만큼 경제 전반의 사정이 좋지 않다. 부동산 매입에 사용된 가계부채도 금리 급등에 따라 연체가 늘 수 있다.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위기를 두 번 겪은 적이 있다. 당시에 금융당국이 무엇을 잘 했고 어떤 대처가 미흡했는지 파악해 보고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과 금융 당국의 능력을 보여줄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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