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조원 유동화증권, 자금 경색에 차환 리스크 ↑
23일 금융투자업계와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유동화증권 잔액은 388조4761억원을 가리키고 있다.주택저당증권(MBS) 143조원, 정기예금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 98조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기초로 삼은 유동화증권 49조원, 대출채권 기초 유동화증권은 33조원 순이다.
만기 20년 또는 30년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MBS를 차치하고서라도 만기가 짧게 돌아오는 단기 유동화증권 규모는 200조원에 가깝다.
단기 유동화증권 시장은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으로 꼽힌다. ABCP,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은 발행조건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단기 유동화 시장이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경제 침체, 금리인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단기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터질 게 터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코스콤CHECK에 따르면 ABCP 잔액은 126조2046억원(20일 기준)으로 이 가운데 99.8%가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ABSTB 잔액은 49조6538억원으로 모두 6개월 이내로 만기가 찾아온다.
ABCP의 경우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거나 투자자가 50인을 넘는 경우 1년 이상으로 발행될 때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있다. 이에 ABCP의 경우 만기는 1년 이내 상품에 집중됐다. ABSTB 역시 3개월 미만으로 발행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ABSTB는 3개월 이내의 발행물에 몰린 상황이다.
■자금경색 우려...유동화증권 유통금리 최고 30%까지 튀기도
자금 경색으로 유동화증권 금리는 연초 대비 2~3배 이상 뛰어오르고 있다. 올해 연초만 해도 유동화증권의 유통금리는 0~3%대 안팎에서 결정됐다. 그러나 현재 유동화증권의 유통금리는 평균 7~8%를 오가고, 일부 유동화증권은 30%까지 치솟기도 했다.
PF 유동화증권 금리뿐만 아니라 정기예금을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 금리까지 무섭게 튀어 오르고 있다. 즉, 자금 경색은 PF 유동화증권에 국한되는 우려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부 증권사들이 새롭게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보강을 철회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유동화증권 유통금리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간 스프레드(62~92일물 A1 PF ABSTB 유통금리와 CD금리의 차이) 역시 확대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스프레드는 197bp(1bp=0,01%포인트)로 과거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 최대수준(2022년 6월 30일 기준 178bp)보다 높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50bp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이슈로 인해 ABCP 차환 리스크가 높아졌다"면서 "특히 PF 익스포져가 큰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강원도의 지급보증 적시불이행 사태 이후 크레딧 시장이 다시금 가파른 약세를 나타내고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자금경색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