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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무솔리니 집권 100년만에 극우 멜로니 총리 지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2 02:25

수정 2022.10.22 02:25

[파이낸셜뉴스]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만에 가장 극우성향의 총리가 될 조르자 멜로니가 2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총리로 지명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2일 취임선서를 할 예정인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로이터뉴스1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만에 가장 극우성향의 총리가 될 조르자 멜로니가 2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총리로 지명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2일 취임선서를 할 예정인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45)가 21일(이하 현지시간) 총리로 지명됐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가 집권한지 100년만에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적인 정치인이 총리가 됐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멜로니를 총리로 지명하며, 정부 구성 권한을 줬다. 이틀에 걸친 검토 뒤 결정이 나왔다.

CNN은 멜로니가 22일 오전 10시에 취임식을 갖는다고 전했다.


멜로니의 총리 취임은 이탈리아가 100년만에 다시 극우로 돌아서는 신호탄이다.

무솔리니가 총리에 취임한 1922년 이후 정확히 100년만에 다시 극우 총리가 집권하게 됐다.

멜로니는 앞서 지난달 25일 조기 총선에서 마테오 살비니의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 정당들과 연합해 압승을 거뒀다.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들(FdI)과 연합한 이들 우파 연합은 상원 200석 가운데 115석, 하원 4000석 가운데 237석을 차지했다.

상하원을 멜로니가 주도하는 우파연합이 모두 장악한 것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앞두고 이틀 동안 상·하원 의장, 정당 지도자들을 만나 면담한 끝에 총리 지명이 결정됐다.

중도 좌파는 마타렐라에게 멜로니가 극우 성향이어서 총리가 될 경우 임신중단권이 축소되고, 성소수자 인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파연합은 만장일치로 멜로니를 밀었고, 마타렐라는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연합의 의견을 따랐다.

멜로니는 2006년 정계에 발을 들여 2012년 FdI를 공동으로 창당했다.

FdI는 유럽연합(EU) 회의론자들로 반이민·반난민, 반동성애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의 이같은 주장은 9월 총선을 앞두고 급격하게 세를 불렸다. 이탈리아 유권자들이 주류 정치인들을 거부하고 또 다시 포퓰리즘에 편승하면서다. 코로나19 봉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에너지위기, 성장둔화 등으로 불만이 높아진 유권자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포퓰리즘에 다시 기울었다.

멜로니가 2014년부터 당수로 있는 FdI는 무솔리니가 만든 국가파시스트당(PNF)에 그 뿌리가 있다.

멜로니 본인은 무솔리니 추종자들이 만든 네오파시스트 그룹 전국동맹의 부대표를 맡으며 정치를 시작했고, 젊어서는 공개적으로 무솔리니를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는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속내는 알 수 없다. FdI 당기인 삼색 불꽃은 무솔리니의 무덤 위에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때문에 멜로니는 '여자 무솔리니'라는 별명까지 있다.

한편 우파연합과 멜로니가 정권을 잡으면서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온다.

우파연합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살비니 FI 당수 역시 이탈리아내 대표적인 친러·친푸틴 성향이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진정한 벗 5명 가운데 최고"라고 추켜세우며 "푸틴 대통령과 관계 재정립"을 주장한 발언이 공개된 바 있다.

멜로니는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초기부터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발언이 폭로된 뒤 외교노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그는 "이탈리아는 서방과 관계가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계속 동참하겠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우파연합 역학 속에 멜로니가 자신의 뜻과 달리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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