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계 문턱 마저 높아져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현실적 대안 필요
[파이낸셜뉴스]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현실적 대안 필요
"국회의원들이 12~15%까지 최고금리 낮추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다. 마치 서민층을 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12%로 하면 누가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나. 무리하게 법정최고금리를 내리면 결국 서민들은 막대한 이자를 부과하는 불법 사금융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법정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법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법정최고금리는 지난해부터 20%로 낮춰졌으나 최근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마진을 지키기 위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줄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법정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법인이 쏟아지면서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법안이 5건이나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모두 최고금리를 12%에서 1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업계도 저신용자 대상 대출 줄여
법정최고금리를 낮춘 것은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은 더욱 대출 받기가 어려워졌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2021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부업자의 대출잔액은 14조6429억원으로 이 가운데 담보대출이 741억원 늘며 전체 잔액의 52.0%(7조6131억원)를 차지해 신용대출 비중(48.0%)을 넘어섰다. 신용대출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개인신용대출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은 저축은행은 1·4분기 말인 지난 3월 말 4곳에서 8월 말 11곳으로 늘었다.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한 저축은행은 44곳에서 46곳으로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상승하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대출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 상한이 20%로 제한돼 있으니 리스크가 큰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게 된 것이다.
■ 법정최고금리도 시장금리와 연동시켜야
이같은 상황에서 법정최고금리를 무작정 내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사들의 조달금리를 감안해 최고금리를 올려주되 이를 악용하는 이른바 '약탈적 금융'의 경우 그에 맞는 규제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최고금리를 20%에서 12~15%로 인하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에 의한 정치적인 발언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조 원장은 20%도 낮은데 이를 더 낮추자고 하면 대부업을 만든 취지, 즉 양성화에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고금리를 낮출수록 불법사금융 시장은 더욱 힘이 세지고 대부업도 음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부업이라도 써서 발등의 불을 끄고 싶은 서민들의 길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자 제한을 제대로 두기 위해서는 가산금리에 대한 제한을 두는 게 맞다"며 "예를 들어 법정최고금리를 20%로 고정한다면 기준금리가 3%까지 올라간 요즘에는 23%, 1%까지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저금리 시대에는 21% 이렇게 유연성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외국에서도 법정최고금리가 있는 국가의 경우 시장금리와 연동이 된다"며 "업권별로 금융사들이 마진 확보가 가능한 범위까지는 올려줘야 한다. 최고금리를 악용한 사례는 그것대로 규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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