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불법으로 입국하는 밀입국자들이 2022 회계연도에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 출신 난민들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밀입국하는 사례가 폭증한 탓이다.
AP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자료를 인용해 지난 9월 마감한 2022 회계연도 기간 당국에 붙잡힌 불법 이민자들이 1년 전 173만명보다 37% 급증한 238만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체포된 불법 이민자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9월 단속 건수는 22만7547건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역대 세번째로 많았다. 한 달 전인 8월 20만4087건에 비해서는 11.5%, 1년 전인 지난해 9월 19만2001건에 비하면 18.5% 늘었다.
체포된 불법 이민자 상당수는 멕시코로 추방된 뒤 미 입국을 다시 시도하다 또 다시 체포됐다.
지난달 단속된 불법 이민자들은 이전에 대다수를 차지했던 멕시코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북중미 3개국 출신이 5만8000명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반면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3개국 출신이 7만8000명에 육박했다.
불법이민 주류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크리스 마그누스 CBP 국장은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의 실패한 정권이 미국 불법이민 흐름을 촉발했다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물가 폭등 속에 700만명이 탈출했고, 쿠바와 니카라과에서도 경기 침체 고통 속에 수만명이 난민이 돼 다른 나라를 떠돌고 있다.
미 밀입국 대다수를 차지했던 멕시코·북중미 3개국 이민자보다 베네수엘라 등의 불법 이민이 더 많아진 것은 코로나19 방역 규정 강화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방역 조처의 일환으로 체포된 난민들이 미국과 국제법에 따라 난민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일시적으로 박탈했다. 이른바 '타이틀 42'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외교관계 악화로 현재 미국은 베네수엘라 등 3개국 난민을 본국으로 추방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이민 문호를 개방해 이들 난민을 대대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는 이번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 애리조나 등의 공화당 주지사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반대해 이주민들을 뉴욕, 워싱턴DC 등 북부 도시로 이송하고 있다.
다음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남부 국경주들에서 공화당에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불법 이민이 부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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