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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부진 등으로 산업계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가운데도 기아가 국내외에서 약진하고 있다.
특히 내수와 유럽 승용차 시장에선 '형님'인 현대차의 판매량을 추월해 주목된다. 레저용 차량(RV) 중심의 차량 제품군을 구성한 것이 판매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아, 유럽시장 '형님' 추월
23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아의 유럽 판매실적은 총 42만5882대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39만5649대) 보다 3만233대 더 많은 판매 규모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기아가 9.8%, 현대차가 3.2%로 집계돼 기아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다. 작년 연간 판매량은 현대차 43만3504대, 기아 42만7584대로 두 브랜드 간 격차가 5920대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이 같은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가 호실적을 내면서 현대차그룹은 유럽 시장에서 올해 82만1531대를 팔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점유율은 9.9%로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판매 호조세에 프랑스계 완성차 업체인 르노그룹은 4위로 밀려났다.
기아가 올해 1~9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 차량은 씨드로 10만9614대를 기록했다. 기아의 유럽 전략 모델인 씨드는 2006년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차량이다. 이어 스포티지가 10만8973대로 10만대를 웃도는 판매량을 달성했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는 최근 하이브리드 SUV 비교평가에서 기아 스포티지가 도요타 RAV4보다 '한 세대 앞선 차'라고 평하며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 밖에 친환경 SUV인 니로도 6만3002대가 팔리며 실적을 이끌었다.
기아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대차를 앞질렀다. 올해 1~9월 기아의 유럽 전기차 판매실적은 5만7403대로 같은 기간 현대차(5만2223대) 보다 5180대 더 많았다. 현대차그룹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10만9626대로 작년 동기 보다 21% 증가했다.
■SUV 중심 전략 통했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도 기아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1~9월 국내 시장에서 35만668대의 승용차를 팔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 29만1378대, 제네시스 9만8983대 순으로 집계됐다. 물론 현대차에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실적을 더하면 기아가 뒤처지긴 하지만 이전과 비교해 격차가 큰 폭으로 줄었다.
기아의 핵심 차종은 중형 SUV 쏘렌토다. 쏘렌토는 올해 1~9월 국내 시장에서 4만9726대가 팔려 전체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이달 계약하면 18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계약이 밀려있는 상태다. 이 밖에 미니밴인 카니발(4위·3만9166대), 스포티지(5위·3만8486대)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시장에선 세단 보다는 RV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라며 "기아의 경우 세단 보다는 SUV를 비롯한 RV에 무게를 두고 전략을 세워 왔는데, 이 같은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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